이성희 2018무술년 탐라국입춘굿 연출

입춘. 양력 2월 4일. 24절기 중 첫절기인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기원하던 봄의 제전인 입춘은 김해의 춘경제(春耕祭)부터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를 아우르는 나경(裸耕), 강원도 삼척의 입춘제(立春祭) 등 여러 지방에서 치러지며 봄의 시작을 알린다고 전해온다.

특히 제주도의 입춘굿은 탐라시대로부터 가장 늦은 시기인 조선 말기까지 진행된 것과 더불어 심방들이 치르는 무속굿을 중심으로 모든 의례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호장이 관복을 갖추어 입고 나무로 만든 소에 쟁기를 매어 이끌면서 객사로부터 차례로 마당으로 들어가서 밭갈이하는 모양을 하고 제주목에서는 음식을 마련하여 대접하였다고 한다.
이런 풍습이 그대로 현대에 복원된 탐라국입춘굿은 2018무술년 20회차를 맞이하며 더욱 단단한 전통성과 현대화된 입춘의 이야기들로 구석구석 단장하며 제주도민과 관광객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2월 2일 주요관청과 원도심. 관덕정일대에서 거리굿이 진행된다.   

관공서를 돌며 2018년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춘경문굿과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구성된 9개 팀과 예술인들, 단체들이 만드는 입춘거리굿이 시청과 원도심 일대에서 펼쳐진다.

입춘거리굿에서는 낭쉐를 몰고 이동하는데 낭쉐는 낭쉐코사와 친경적전등 탐라국입춘굿에서의 중심 프로그램으로서의 큰 의미를 가진다. 올해는 나무를 주재료로 만들었던 전통적인 낭쉐를 비롯해 시민참여워크샵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들로 재탄생된 다양한 낭쉐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삼도2동 주민센터와 주민들는 직접 제작한 낭쉐탈 전통등을 들고 거리에 나와 밭을 갈고 대지를 두드려 봄을 깨우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북초등학교 학생들의 3마리 꼬마낭쉐와 지역 청년들이 팀을 이뤄 만든 신개념 낭쉐도 등장한다.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소원이 담긴 꿈 풍선을, 용담지역아동센터는 세경본풀이 속 주인공인 세경할망거대인형과 열두개의 씨앗꽃등이 결합된 거리굿과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보물섬학교는 씨앗을 활용한 탈과 기메를 활용한 의상으로 입춘탈굿놀이에 버금가는 놀이를 준비중이며 올리브나무어린이집에서는 2018년의 풍요를 기원하며 빛으로 봄을 알리는 나비들의 몸짓과 풍요의 씨앗을 나누는 퍼포먼스를 통해 입춘을 알릴 예정이다. 

2월 3일 둘째날은 제주목관아에 관청할망으로 좌정한 칠성신을 모시는 칠성굿을 시작으로 입춘휘호, 제주예술가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칠성굿은 제주목관아의 터신으로 좌정한 칠성신을 모시는 의례이다.

입춘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대형현수막에 붓을 휘두른다는 뜻의 입춘휘호와 워크샵으로 진행된 청소년 레퍼들의 이야기는 학교폭력과 자신만의 새로운 도전등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며 또 하나의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입춘본연의 굿은 축제 셋째날인 2월 4일 열린다.

제주의 1만 8000신들을 굿청에 청하는 초감제를 시작으로 추물공연, 입춘탈굿놀이, 세경놀이, 낭쉐몰이까지 이어지는 굿판이 신명의 호흡으로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올해 입춘굿에는 세경기를 들고 집안을 돌고 고팡으로 곡식을 옮기는 '솔기 메어듦'제차와 동헌할망부터 뒷할망에 이르는 부군칠성신들을 청하는 칠성비념의 의례를 포함해 낭쉐몰이를 의미가 강조될 예정이다.

끝으로 좋지 않은 것을 쫒아내는 푸다시와 액을 막아내는 도액막음, 1만8000 신들을 돌려보내는 도진으로 탐라국입춘굿의 3일 동안에 일정을 모두 마무리된다.

행사 기간 동안 목관아를 중심으로 전통 탈 만들기, 꼬마 낭쉐 만들기, 얼굴 그리기 등의 체험마당과 입춘장터가 열리고, 입춘국수가 제공돼 탐라국입춘굿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일단 판이고 중요한 것은 즐기는 일이다. 

탐라국입춘굿은 관민이 함께 하는 대동굿이며, 생업의 풍원을 기원하는 의례로 사람들의 삶에 밀착된 굿으로 제주에서 열리는 모든 의례의 시작을 알리는 굿이기도 하다. 또한 공동체의 굿이면서 당굿과 달리 마을 단위를 넘어서서 제주도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다, 원형과 변형이 만들어내는 신명으로 이번 주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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