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 선석 포화…제주뱃길 '휘청'] <1> 선사 갈등

제주항 제3부두 32번 선석에 정박중인 화물선. 고경호 기자

남해고속, 선령 제한 도래로 기존보다 큰 대체선 확보
도, 기존 이용하던 선석에 맞게 교체하도록 행정 예고
선사 "운항 중단 불가피" 도 "선석 부족 어쩔 수 없다"

제주뱃길이 위태롭다. 제주항 선석이 포화되면서 여객선은 운항 중단 위기에 놓여있는데다 뱃길 이용객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뱃길은 하늘길과 함께 제주의 유일한 연륙교통이다. 갈등과 위험으로 얼룩진 제주항의 현 실태를 짚어본다.

제주항 선석이 포화되면서 제주도와 여객선 선사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해당 선사는 기존 여객선이 선령 제한에 도래하면서 새 선박을 구입했지만 제주도가 선석 재배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운항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항에 조성된 선석은 총 25개다.

선석은 선박이 접안해 여객의 승·하선이나 화물의 양·적하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여객선과 화물선 모두 선석을 확보해야 제주항에서 출·도착할 수 있다.

도는 '제주도 무역항 항만시설 운영세칙'을 통해 각 선석별로 주사용 선박을 지정하고 있다.

연안여객터미널과 연결된 제2~3부두의 선석 6개는 여객선 5척과 관공선 1척을, 총 5개의 선석을 갖춘 제5부두는 화물선 5척을 주사용 선박으로 정했다.

문제는 '제주-녹동'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남해고속의 '남해고속카페리7호'(3719t)가 선령 제한에 도래하면서 불거졌다.

남해고속은 지난 2016년 남해고속카페리7호를 대체할 6220t급 중고 여객선을 구매했다.

이어 새 여객선의 길이가 기존 110m에서 145m로 길어져 기존의 선석(제2부두 24번)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남해고속은 주이용 선박이 여객선으로 지정된 제3부두 32번 선석에 대한 사용 허가를 도에 요청했다.

그러나 도는 같은 해 12월 선령 만료를 앞둔 선사들을 대상으로 기존 여객선이 이용하던 선석에 적합한 선박을 대체하도록 행정 예고했다.

이미 기존 여객선보다 규모가 큰 대체선박을 구입한 남해고속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운항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남해고속 관계자는 "32번 선석의 주이용 선박은 여객선으로, 과거에는 세월호가 접안했었지만 지금은 화물선이 고정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화물선은 고정 선석 없이 접안 하루 전 선석을 배정받도록 돼 있다. 정기운송 면허를 통해 고정 선석을 확보할 수 있는 여객선이 되레 화물선에 밀려 운항 중단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해고속카페리7호와 규모가 비슷한 선박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찾아봐도 구하기 힘들다"며 "선령 제한 도래를 앞둔 여객선 5척 중 3척 역시 기존 선박보다 길이가 늘었지만 우리에게만 기존에 쓰던 선석도, 32번 선석도 이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제주항 선석이 포화됨에 따라 제5부두에 정박 중인 모래운반선을 애월항으로 보내 선석을 재배치하려 했지만 애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라며 "32번 선석을 이용 중인 화물선은 세월호 참사로 심화된 물류난을 해소하기 위해 운항중인 선박으로 해당 선석을 고정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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