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등학교 입학시험부터 필기시험제도가 전면 폐지되고 중학교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이러한 획기적인 고입 개선방침을 일찍부터 정해놓고도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신제 입학이라는 말이 나온지가 언제인데 지금도 시행방안을 마련중에 있다면 진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나 학부모 그리고 일선학교들이 우왕좌왕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제주도교육청은 여전히 연구중에 있다고 하니 달라진 고입제도를 언제 받아볼 수 있을런지 도무지 궁금하다.

우리가 새로운 고입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교육당국을 채근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주지역의 특성상 내신제 시행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를 통해서도 지적된 사안이고 또 교육청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적절한 방안을 마련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학교간의 학력격차 문제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필기시험제도에서 보면 도내 중학교간의 학력격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농어촌 지역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시 지역으로 진학을 희망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학교간의 학력격차를 전연 불문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중학교의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했을 경우 시 지역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농어촌지역으로 역이동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게 내신제의 당초 목적은 아니었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남학생보다 월등하게 나은 것으로 조사된 여학생들의 성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학생 학급수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단순 논리를 펼 수 있겠지만 그것 역시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 둘이 아닌데도 교육당국에서 “시 지역 학생들이 감수해야 된다”거나 “성적이 뒤떨어진 남학생에 대한 불이익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단정해버리면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밖에 없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도 여전히 ‘검토중’이라니 학생들과 일선학교들에게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제주도교육청은 이같은 현실을 충분히 감안, 차질없는 시행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하길 바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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