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오경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자동차 사고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 보니 놀란 마음을 치료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깜짝 놀라게 되면 기운이 어지러이 흩어져 인체의 대사가 혼란해진다. 시간이 지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숙면을 잘 취하지 못하며 식욕이 떨어지고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를 하거나 변비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놀라는 것은 몸이 너무 허하거나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수분 대사 장애인 '담음'에 의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기혈을 보충하고 원활히 순환시키며 심신을 편안히 하는 약을 복용케한다. 

한약 치료 외에도 재미있는 행동치료를 동의보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도둑을 보고 놀란 이후 작은 소리만 들어도 인사불성이 되는 사람이 있었다. 의사가 이 사람의 바로 옆에서 큰 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했더니 처음에는 매우 놀랐지만 점점 익숙해져 놀라지 않게 되었다. 놀라게 하는 원인을 익숙하게 만들어 더 이상 놀라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常法治驚(상법치경)이라 한다. 

저자는 잘 놀라고 겁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상법치경과 같은 원리로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심장에 부하가 걸리는 상황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운동은 기혈 순환을 돕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靈明(영명)'은 차분히 진정된 마음 상태를 말한다. 마음이 물과 같아서 흙탕물처럼 여러 감정들이 일어나지만 가만히 두면 모두 가라앉아 맑아지는 것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역할을 해내야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영명의 상태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루에 몇 분이라도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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