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현대 세계 경제의 기본축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권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양권으로 이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쳐 중국의 고도 경제 성장을 배경으로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동력으로 작용했고 그 흐름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로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가 중속 성장으로 전환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의 핵심 국가인 인도는 여전히 고속 성장세를 이어나감으로써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는 세계 7위의 넓은 영토와 세계 2위의 많은 인구(13억명)로 거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상류층과 중산층의 폭도 매우 넓다. 그리고 인도는 지속적 인구 증가세로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여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풍부한 노동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더욱이 인도는 인구의 연소화로 고령화 리스크로부터 벗어나 젊은 노동력이 주도하는 사회로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인도는 정보 기술(IT) 능력이 탁월하고 많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인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편 중국 정치 체제가 공산당 일당 독재에 근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도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절 의회민주주의 제도의 영향으로 다당제를 근간으로 한 민주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 세계화에 유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 경제는 수출 기조의 제조업 기반이 극히 취약하고 내수 기반형 경제 성장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형태로 무역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 경제적 인프라가 취약하다. 또한 인도는 카스트 제도로 상징되는 신분 구조가 고착화되어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전통적 종교 갈등이 여전하며 지방 정부의 과도한 자율성으로 중앙 정부가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책을 주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2014년 집권한 모디 정부는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지하 경제를 퇴출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와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화폐 및 조세 개혁과 규제 철폐 등 강력한 개혁 정책을 통해 친기업적이고 지속적 성장 기반 조성에 주력해왔다. 2019년 차기 총선을 대비해 모디 정부는 적극적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높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재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도는 세계 7위 수준의 경제 규모로 중장기적으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 경쟁 구도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있는 인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인도는 아시아에서의 패권 경쟁국이자 전통적 앙숙 관계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와 인도?태평양 라인 구축을 모색 중이다. 이는 인도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정치?외교?군사적 지위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 단계 한국은 IT 등 세계적 제조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제조업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인도와의 경제 협력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소극적 관계에서 벗어나 다수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인도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적극 진출함으로써 상호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 외교적으로도 북핵 문제로 파생된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합리한 편향성을 감안할 때 한국은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인도와 긴밀한 협력 기반을 조성해 중국의 패권적 양태를 견제하는 것이 의미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 역시 관광 산업 등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인도 지자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상호 교류를 증진시키는 등 인도와의 미래를 다각적으로 대비하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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