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군주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무예별감 같은 경호원만 대동한 채 은밀히 궁궐 밖의 민심(民心)을 살피는 '미복잠행(微服潛行)'에 종종 나서곤 했다. 일종의 백성과의 소통수단인 셈이다. 조선시대 군주들은 이같은 미복잠행으로 백성들의 생활을 살펴 고충을 해결해주거나 국정운영에 반영했다.

성종이 미복잠행 중에 청계천 광교에서 순박한 경상도 숯장수 김희동을 만나 감탄해 벼슬을 내린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화다. 조선시대 숙종은 임금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궁궐 밖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종이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나기에 그 소리를 따라가 한 선비를 만났는데, 벼슬을 하지 않고 글만 읽고 있는 것이었다. 연유를 묻자 선비는 '오와일무 성사불성'(吾蛙一無 成事不成), '나에게 개구리 한 마리가 없어 할 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의 벽의 글을 가리켰다. 여기서 개구리는 '뇌물'을 의미한다. 꾀꼬리가 왜가리와 노래 시합을 하는데 왜가리가 심판 황새에게 뇌물로 개구리를 바치는 바람에 졌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사연을 들은 숙종은 궁으로 돌아와 과거를 실시해 공평하게 숨어있는 선비를 기용했다고 한다.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한밤중 잠행을 나섰다가 자금성 앞 시장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이름 없는 한 만두가게를 찾았다. 건륭제는 주인에게 혼자 문을 연 이유를 물었다. 주인은 "혹시라도 자금성을 찾는 백성이 있어 허기를 채우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면 장사치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륭제는 며칠 뒤 이 가게에 자필 편액을 선물로 보냈다. '도성 내 유일한 곳'이란 의미의 '두이추'(都一處)는 지금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설 명절(15~17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6월 13일에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가 실시돼 앞으로 4년간 제주도정과 의정, 제주교육행정을 이끌어갈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의원, 제주도교육감,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을 새로 뽑게 된다.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은 이번 설 명절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민심 확인에 나설 것이다. 도민들의 '진짜' 설 민심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지는 파악하는 인사가 결국 6월에도 웃을 수 있다. <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