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재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논설위원
글로컬(glocal)이란 단어는 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로 2000년대 초반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등장하였다. 이는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제품을 판매할 현지국가의 문화, 기호, 소비자 행동의 차이 등 현지의 기업 풍토를 존중하는 경영방식을 뜻한다. 글로컬화의 사고와 전략은 점차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달에 8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국립 제주대학교 제8∼9대 허향진 총장도 대학 발전 비전을 '태평양시대를 선도하는 글로컬 인재육성대학'으로 설정하였던 것을 보면 글로컬화가 대세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지난 8년간의 임기동안 세계의 많은 대학들과 교류협정을 체결하는 등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학생들에게 글로컬 마인드를 함양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제주대학교는 2014년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에 4개 사업단이 선정되는 성과를 이끌어 내면서 글로컬 인재육성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중 생물다양성기반 천연화장품산업 인재양성사업단에서는 한일 학생교류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학생들이 제주대학교를 방문하는 하계코스와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류큐대학을 방문하는 동계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양국의 학생들은 하기 및 동기방학 기간 동안 각 대학에서 준비한 1주간의 집중 코스를 이수하여 수료증을 받게 된다. 필자는 지난달 4번째 동계코스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인솔하여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류큐대학을 방문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학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의 역사, 문화, 산업 등의 탐방하고 있다. 4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학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곳은 단연 쇼핑과 먹을거리가 즐비한 나하시의 명소인 국제도로였다. 그리고 이 곳 전통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일반의약품을 보며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일본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섬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생물종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리고 탐라와 류큐라는 역사·문화적으로 공유되는 독특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에 4.3 평화공원과 오키나와에 조성된 평화공원은 두 지역의 아픔 역사를 말해준다. 이 평화공원을 방문하여 한국인 전사자들을 참배하는 것은 우리 방문단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또한 두 지역은 예전부터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하는 관광산업이 지역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산업 구조에도 유사점이 많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오키나와 류큐대에서 진행되는 동계코스는 참여 학생들에게 학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글로컬 마인드를 함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오키나와를 방문하면서 항상 느끼게 되는 점은 제주도가 오키나와 비해 외형적인 변모속도는 빠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형적인 면에서 볼 때 지역주민들이 체감하는 만족감은 오키나와가 훨씬 높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두 지역의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의 콘텐츠를 비교해보면 이해가 간다. 통계상으로 제주도에는 오키나와보다 많은 관객들이 들어온다고 홍보하는데, 관광지 외에 도심을 활보하는 관광객 수는 여기에 못 미친다. 말하자면 제주도에는 관광객들을 거리로 유인하는 글로컬 콘텐츠가 빈약하다. 오키나와는 관광지든 아니든 그야말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실례로, 제주공항은 글로벌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품에 주력하지만, 오키나와 공항은 지역특산물 판매장을 주력으로 함으로서 글로컬화 되어있다. 이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바야흐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지도자를 뽑는 지방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주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지역 지도자들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