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차장

1063년 11월, 북송(北宋)의 수도 개봉(開封)에 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거리를 배회하며 점을 치는 등 사람들은 그의 괴상한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 게다가 이 노인은 엄청난 술꾼이었다. 이 불가사의한 노인은 마침내 도시 전체에 소문이 날 만큼 유명해졌다. 

이 노인에 대한 소문에 당시 황제였던 인종(仁宗)은 노인을 궁전으로 초대해 술을 권했고 노인은 술을 일곱 말이나 비운 다음에 바람처럼 궁전을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행방을 감추었다.

바로 다음날, 천문대를 관리하는 장관이 인종에게 "폐하, 간밤에 수성(壽星)이 황좌(皇座) 가까이 왔다가 돌연 사라져버렸습니다"라고 보고 했다. 인종은 그 보고를 받고 어제 그 노인이 수성의 화신이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남극성(南極星),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수성, 남극수성(南極壽星), 수노인(壽老人)과 같은 별칭을 지닌 노인성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성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남쪽이 트여있는 서귀포다.

'토정비결'의 저자 토정 이지함이 노인성을 보려고 한라산에 세 차례나 오르기도 했다. 청음 김상헌은 제주에 안무어사로 6개월여 있었으면서도 노인성을 보지 못함을 애달파했다. 세 번을 보면 무병장수하고 아홉 번을 보면 구천(九天)에 태어난다고 하는 별자리이기에 그랬다. 서귀진성에서 바라보는 노인성을 영주12경의 하나로 꼽았고, 제주에 가면 꼭 이 별을 보고 수명장수와 무병장수를 간절히 바랐다.

국가에서도 노인성이 나타나면 그 해 나라에는 병란이 사라지고 국운이 융성한다고 여겼다. 

최근 남극노인성을 서귀포 밤하늘에서 가장 오래 관측할 수 있는 최적기를 맞아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에서 오는 13일부터 노인성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노인성뿐만 아니라 겨울철 별자리인 오리온자리, 황소자리도 관측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지닌 노인성을 서귀포에서 가족과 함께 관측하면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인성이 밝게 빛을 내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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