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새 일자리 모델 제주서 처음 시도
사회공헌·인생·경력 등 이어줄 것


인생 100세 시대가 되면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가 등장했다. 유엔은 2009년 발표한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를 통해 '평균수명 80세 이상 국가가 2000년 6개에서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호모 헌드레드'로 설명했다. 이 용어는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에 착안해 100세 장수가 보편화하는 시대의 인간을 지칭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나이 50'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업이나 기관 등의 반백년 역사는 기념식을 치르고 큰 축하를 받는 시간이다. 숱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것에 대한 자부심과 격려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에서 나이 50에 "반백년을 잘 살아와서 고생했다"고 자축하거나 잔치를 하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50세가 되기 시작하면서 퇴직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로부터 "좀 있으면 중장년 구직자가 돼 센터를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한국 사회에서 50세 이상은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경험한 세대이면서 노부모를 부양하면서도 자녀로부터 부양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른바 '끼인 세대'다. 퇴직이후의 삶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만 보며 달려온 그들에게 반백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 '인생 2모작'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활동을 촉진하는 앙코르커리어 운동의 비영리 사회혁신단체인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의 마크 프리드먼 대표는 '지금 50플러스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최저 생활수준 보장을 위한 복지뿐만 아니라 스스로 활기차게 새로운 인생을 창조할 수 있는 운동을 지원할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생의 전환기에서 그 이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지원은 물론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플랫폼들이 생겨나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하나로 사회공헌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지향하며 지역 사회공헌 '이음 일자리'가 제주에서 시작됐다. 

'이음 일자리'를 통해 일자리를 넘어 가치까지 이어가고자 한다. 우선 기업의 사회공헌을 개인의 사회공헌으로 이어간다. 그리고 50세 이상 신중년의 인생을 이모작으로 이어준다는 의미도 갖는다. 나아가 이분들의 경력을 사회공헌 일자리로 이어주는 기회도 될 것이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이음 일자리'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25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제주 오름의 가치를 보존하고 가꾸는 '오름매니저', 제주의 문화적 가치를 높여줄 '버스킹 공연단', 움직이는 '도서관사서', 행복까지 전하는 '푸드 메신저', 취업을 도울 '일자리지원단' 등으로 활동하게 된다. 특히 연간 2500만명이 방문하는 '오름'에 상시 관리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매니저들을 양성하고 보존에 일조하도록 하는 일이야 말로 '자연과 인간의' 청정과 공존을 위해 의미가 큰 시도가 아닐까 한다.

이 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와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제주YWCA고령자인재은행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중심이 아니라 지역의 공기업이 민간과 협력하여 사회공헌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제주의 일자리 대책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도 중요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50플러스' 세대에겐 두 번째 세 번째 삶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게이트웨이(Gateway)가 될 것이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너의 용기를 위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는 노랫말이 스친다. 브라보 50 플러스! 인생 이모작과 이음일자리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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