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대우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하는 정치인은 32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인선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교수이자 경제학자이던 시절부터 저서와 강연을 통해 루스벨트의 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인선 발표 당시 장 실장에 대해 "재벌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을 함께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종합하면 현재 정부의 경제개혁 구상은 2차적 재분배보다 선제적으로 노동자들의 소득 자체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루스벨트의 개혁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루스벨트는 미국의 유일한 4선(1933~1945년) 대통령으로, 강력한 경제개혁으로 대공황의 위기를 넘어 미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 또는 중산층의 시대라 불리는 시기다.

그는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한편 고임금에 대해서는 동결하는 등 강력한 임금개혁에 나섰다. 또 1920년대 소득세의 상한선이 24%, 상속세는 20%인 반면 루스벨트의 두번째 임기에는 각각 79%·77%까지 올라갔다.

특히 루스벨트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노조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올리기 위한 협상에 중점을 둠으로써 소득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루스벨트가 취임 전 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절반을 차지했던 미국의 불평등한 소득구조가 재임 1940년을 전후해 단시간 내에 30%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모든 국민의 빈부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대압축의 시대(Great Compression)'가 열린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대기업 법인세 인상 등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 재계와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거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누구나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루스벨트의 개혁정신만큼은 여전히 우리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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