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편집상무

'13월의 월급'을 고대하며 월급쟁이들이 각종 서류를 챙기느라 분주한 연말정산 시즌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또다른 세금폭탄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연말정산에 최소한 아직까지는 무풍지대인 계층이 있다. 바로 종교인이다. 건국 이후 종교인소득에 처음 과세제도가 도입된 것은 2015년 12월 2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2018년 1월부터 종교인소득에 세금을 매기기로 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종교인소득 비과세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은 일단 내려놨다. 하지만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로 특혜나 다름없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이럴 바에는 뭣하러 종교인 소득 과세를 시행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목사·신부·승려·교무·수녀 및 수사 등 종교인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종교인소득은 그러나 비과세대상 폭이나 필요경비 공제혜택이 워낙 커 시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사실 종교인소득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비과세소득이 나열돼 있다. 공익신탁법에 따른 공인신탁의 이익,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농가부업소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복무중인 병(兵)이 받는 급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비변상적 성질의 급여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종교인소득 과세에서 특혜의 소지가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 실비변상적 급여다. 실비변상적 급여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각급학교 교원과 연구기관의 연구활동 종사자, 기자 등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연구보조비나 연구활동비, 취재수당 등은 20만원 이하까지만 해당되는 반면 '종교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인 종교활동비는 상한선 없이 전액 비과세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종교인들은 기타소득이나 근로소득 가운데 중 유리한 소득을 골라 신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20%에서 최고 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소득 5000만원인 종교인(4인가구 기준)이 내는 세금(원천징수액 월 5만730원)은 같은 소득 근로자의 절반 수준(9만9560원)에 불과하다.(국세청 간이세액표) 여기에다 소득에서 종교활동비까지 늘리면 세금은 훨씬 더 줄어든다.

이처럼 1968년 정부 차원의 공론화 이후 반세기만에 현실화한 종교인소득 과세가 개신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누더기로 변하면서 개신교에 대한 시민들의 눈길이 더욱 싸늘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사랑의교회'가 서울 강남의 공용 도로의 지하공간에 예배당 등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담임목사의 발언 등은 시민들의 눈살을 한층 찌푸리게 만들었다. 예배당 등 신축을 위해 서초구청이 내준 도로점용 허가는 무효라며 서초구민이 소송을 청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세상 사회법 위에 도덕법 있고 도덕법 위해 영적 제사법이 있다"고 주장, 개신교에 대한 일반인의 곱지 않은 감정에 불을 끼얹었다.

이어 지난달 서울고법 행정3부가 서초구민들의 손을 들어줘 예배당이 철거 위기에 몰리자 한국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는 '법원의 판결은 교회를 허물라는 것인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교회 건축을 부정하면 '종교 탄압'이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 법원 판결에 강력히 반발했다.

종교인 과세가 어떻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위법이 드러나면 위법 건축물은 당연히 철거되거나 원상복구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게 왜 종교 탄압인지 일반인들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세습과 몸집 불리기로 많은 눈총을 받고 있는 한국의 교회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모습으로 신뢰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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