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당신에게 ‘문화적 상대주의도 모르는 무식쟁이’또는 ‘자문화 이기주의에 빠진 독전주의자’라고 단정합니다”(국회 김홍신 의원이 프랑스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보낸 공개 서한 중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B)가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비난하고 나섰을 때 우리는 그녀의 지적을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라며 맞받아 친 적이 있다. B.B의 한국 문화 비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분노를 표시했고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몰이해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임종식(가톨릭 생명윤리연구소 연구원)의 「개고기를 먹든 말든?-상대주의의 오류」는 제목만 봐서는 한국음식문화의 고유성을 옹호하는 책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하지만 그는 B.B의 비난에 대한 대항논리로 삼았던 문화적 상대주의의 문제점을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는 서구의 개고기 식용 논쟁으로 불거진 문화적 상대주의의 오류를 밝히고 있다.

 타인과 타 집단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형평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는 문화적 상대주의가 아닌 형평성과 일관성의 문제로도 충분히 서구인의 오만과 독선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개고기 식용 등 혐오스런 식습관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스위스·중국에도 존재하고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유독 한 집단의 식습관을 문제삼는 것은 동·서양의 보편적 인식인 형평성과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문화적 상대주의’로 서양인들의 오만과 독선을 나무라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상대주의’의 오류를 짚어내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 판매원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그(녀)가 팔고 있는 제품이 효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조직폭력배들이 그들의 형님을 의인으로 믿고 있다고 해서 그가 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을 예로 들며 상대주의는 이 두 가지 개념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도덕과 관습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상대주의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상대주의와 도덕 상대주의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는 이 책은 상대주의가 개고기 식용 논쟁에 대한 대응논리가 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로뎀나무.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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