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농가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제주를 강타한 사상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로 농작물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피해가 심한 농가들은 가계살림을 걱정할 정도다. 

유례없는 폭설로 지난 6일까지 제주시·서귀포시에 접수된 농작물 피해 신고는 513농가·1461.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월동무는 피해 면적이 1394.2ha에 이를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더구나 아직 수확하지 않은 월동무 80% 가량도 언 피해가 예상된다. 월동무는 한파와 폭설이 끝나고 20일 정도 지난 뒤에야 정확한 현황을 알 수 있어 피해 면적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월동무 농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폐작 수준의 재난상황이라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피해는 월동무에 그치지 않는다. 감귤이나 콜라비, 브로콜리, 깻잎 등 농작물 전방위에 걸쳐 한파와 폭설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라봉과 레드향 등 만감류는 언 피해로 자칫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어 설 명절 대목을 앞둔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하우스 등 시설물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폭설로 쌓인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하우스가 무너져내린 것이다. 8일 현재까지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지역에서만 16농가에서 모두 203동의 하우스가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한파와 폭설에 자식같은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들은 망연자실 할 따름이다. 영농자재 대금 상환이나 생계 등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자칫 영농의지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어 농정당국은 피해 신고기간을 늘리고 최대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업인단체나 농가 등이 강조하듯이 현행 농업재해지원법에 따른 대파비나 방제비 수준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보다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제주도는 직접 피해 농가 현장을 찾아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피해 현항 파악에 한치의 누락도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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