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이런 설움, 저런 설움 해도 가장 큰 설움은 배고픈 설움'이라는 말이 있다. 배고픈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무슨 옛말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는 형편이 어려워 굶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끼가 절실한 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나누는 도움이 무엇보다 고마울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제주지역의 '식품나눔'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푸드뱅크 4곳과 푸드마켓 2곳에서 기부받은 식품 접수액은 22억2282만원에 달한다. 1988년 사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2억원을 넘어섰다. 푸드뱅크는 개인이나 기업 등으로부터 식품을 기부받아 도내 결식아동, 홀로사는 노인, 재가장애인, 노숙자 쉼터,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하고 있다. 또 푸드마켓은 후원자들로부터 기부받은 식품·생필품 등을 어려운 이웃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이다. 

도내 식품 기부액은 도사회복지협의회가 처음 운영을 맡은 2004년 이후 5년간 1억~3억원수준에 그쳤다. 이후 2009년 푸드마켓이 문을 열며 4억원을 넘어선 뒤 기업과 학교 등을 대상으로 식품 나눔 홍보를 강화하면서 2016년에는 기부액이 20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식품에 그쳤던 품목이 위생·생활용품 등도 기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것도 한몫했다. 기업들의 나눔 참여방법이 다양해지는가 하면 예전에는 유통기한이 다된 식품들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판매가 가능할 정도의 식품들을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사회의 공동체정신은 수눌음으로 상징된다. 제주인들은 결코 혼자 잘 살거나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려 하지 않았다.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의 나눔은 수눌음 정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추운겨울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민과 기업의 참여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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