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 부활후 국가와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방안으로 문화권 조성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7년에는 문화재청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7대 문화권 사업을 발표했다. 백제·가야·중원·신라·강화·고구려 고려·영산강 다도해의 7대 문화권사업에 국비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문화적 가치가 국가·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아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도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역대 민선 제주도정도 1000년간 독립국을 유지했던 탐라국 문화에 주목했다. 탐라문화 정체성을 구현하고, 이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제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다. 도정은 이에 따라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3억2000만원을 들여 탐라문화권 용역을 세차례 실시했다. 이어 민선5기 도정은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을 역점 과제로 제시했지만 용역 결과물을 토대로 정부와 협의하지 않은 결과 7대 문화권사업 반영이 무산됐다.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은 7대 문화권 국책사업 반영이 무산된 후에도 제주도정의 의지가 빈약해 흐지부지되고 있다. 최근 윤영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대역사문화권 연구조사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에도 탐라문화권 조성사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안은 백제·신라·가야문화권 외에도 전남도가 추진중인 마한문화권까지 포함시켰지만 민선6기 제주도정은 관련 내용 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난 7일 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제주도정이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을 용두사미식으로 추진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스스로 차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도세를 감안할 때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의 국책사업 반영을 위해서는 제주도정이 다른 지자체 보다 한발 앞서 뛰어야 한다. 제주도정의 탐라문화권 정립사업이 시들해진 것과 달리 전남 등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별 문화권 정립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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