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작년 연말에 제천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아까운 인명이 30여명이나 희생 되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더니 지난 달 25일에는 밀양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40명 가까운 환자와 의료진이 목숨을 잃어 우리들을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무사안일주의를 질타하고, 소방관계법령을 고치는 것을 게을리 한 정치권의 책임을 질책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쉽사리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인리히의 1: 29: 300 법칙을 보면 1개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자그마한 사고가 있었고 그 전에 약 300건의 사고 징후들이 있었다고 한다.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처럼 많은 징후들이 있었음에도 우리들의 무관심이 결국 큰 사고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가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 자세와 의료인들의 직업의식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정도의 병원에서 아침 7시라면 의료진은 의사 한 명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합쳐서 8~9명 정도 근무하고 있었을 터인데 희생자를 보면 의사 및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각 한 명씩 포함이 되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유해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적어도 세월호처럼 자기 임무를 내팽개치고 도망친 분은 없었다고 여겨진다.

아쉬운 것은 스프링클러 시설인데(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스프링클러만 설치되고 작동이 되었다면 이처럼 큰 피해는 없었을 것 같다.) 법을 고치는 것을 태만히 하여 예방할 수 없었다는 것은 정말 정치인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물론 법을 만들었다고 당장 그런 시설을 할 수 있는 병원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요즈음 이런 정도의 병원은 경영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법이 고쳐졌다고 바로 시설을 할 형편이 되질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병원이 이런 시설을 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의료 수가로는 현상유지에도 급급하기 때문에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을 바로 할 수 있는 병원은 몇 군데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시설은 건축을 하면서 설치하기는 자금만 있으면 되지만, 병원을 운영하면서 설치를 하는 것은 다른 건물에 설치하는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병원은 일반 건물과는 달리 그 안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다. 그러므로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 대피가 어려우므로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병원에서는 화재 진압보다는 화재 예방이 최우선정책이 되어야 한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그 필요성은 더 커진다.

현재 제주도 내에서 애초부터 요양병원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제주도 내의 요양병원들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스프링클러나 대피 통로들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시설들을 제대로 갖출 자금 여력이 있는 곳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병원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여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무자격자에 의한 전기 시설, 방화벽의 기능 상실, 대피로의 미비 등과 같은 것은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튿날 대구 경주병원의 화재에서는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규정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을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우리들의 ‘괜찮겠지’하는 무사안일주의가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언제나 화재는 발생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늘 주의하고,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항시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화재 발생도 줄어들 것이고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도 그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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