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최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최대 노조인 금속노조가 노사 협상을 통해 주간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28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조합원들은 아이나 노부모 등을 돌볼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해왔으며 이는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는 당초 요구했던 6%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임금을 4.3% 인상하는 안에도 합의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높은 임금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신조어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널리 쓰이고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조화라는 뜻인데 '저녁이 있는 삶' '적당히 벌고 행복하게 살자' 정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실제 기업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예전에는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거나 휴일에도 일하는 직원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쉬어야 생산성과 창의성도 올라간다고 여기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올해 유통분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하락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한 곳이 등장했다. 신세계그룹이 1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유통분야 또 다른 기업은 2시간 휴가제를 도입했다. 하루에 2시간씩 4번을 쉬면 연차가 하루 소진되는 제도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2016년에 발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조사(기업 100곳 직장인 4만명 대상)에 따르면 하루 평균 11시간30분을 근무한 직원의 생산성은 전체 근무시간의 45%였고, 9시간50분을 일한 직원은 57%로 나타나 야근이 많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통계청의 '2017 일·가정 양립 지표'에서는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2015년 53.7%에서 2017년 43.1%로 줄었고. "가정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11.9%에서 13.9%로 늘었다. 이런 변화를 볼 때 당분간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워라밸 문화는 아직은 일부 대기업·공무원에 국한된 것으로 인력 구하기도 힘든 중소기업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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