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논설위원

IT 혁신 국가인 에스토니아는 2014년 '전자 영주권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인터넷으로 전자 영주권을 주고 세계 어디에서나 에스토니아 사이버 영토에서 창업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국가중 처음으로 암호화폐인 '에스트코인'을 발행해 전자 영주권 신청자에게 암호화폐를 나누어 주고 사용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들이 주식 대신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제주도는 연간 국내외 관광객 약 150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관광도시다. 그러나 넘치는 관광객 수요로 인해 환경과 인프라 부문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반의 새로운 관광 및 도시 생태계 조성으로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미래 신(新) 제주를 만들어 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IT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인터넷의 핵심은 바로 '연결'이다.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면서 세상은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됐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연결'에 더해 '신뢰'라는 또 하나의 가치를 더한 개념이다. '신뢰'라는 가치는 중앙집중형 구조가 아닌 분산 자율형 구조라서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당초 비트코인의 거래를 위한 보안 기술로 개발됐다.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 자체가 공유되어 수시로 검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블록(Block)단위로 나눠 네트워크 상에 분산시켜 저장한 후 연결(Chain)하는 방식이라 블록체인이라고 명명됐다. 

블록체인에서 분산 저장과 검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컴퓨팅 리소스를 네트워크에 제공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네트워크에 노드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위로 인해 블록체인은 인프라적인 토대를 갖게 된다. 블록체인은 크게 공개형인 퍼블릭 블록체인과 폐쇄형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나누어 진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서로 아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성한 것이고 퍼블릭 블록체인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형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노드로 참여하는 참여자들을 경쟁하게 하고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로 암호화폐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노드에 참여하는 것을 채굴이라고 한다. 채굴자들은 노드에 참여해 다음 블록 저장에 사용될 난스(Nonce) 값을 찾는다. 난스를 제일 먼저 찾은 노드에게 보상이 주워 진다. 채굴자들은 보상받은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제공하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제주도에 오는 많은 관광객들은 숙박, 식당, 교통 등의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투명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또한 환전 등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최소화 되길 원한다. 제주도민과 관광객의 니즈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에서는 찾을 수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생태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준다.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환경을 보호하는 주민 및 관광객 등에게 일정 암호화폐를 보상해 준다면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도시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는 에스토니아처럼 독자적인 암호화폐 발행도 검토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발행된 암호화폐는 제주 전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 도민과 관광객 모두 행복한 제주, 친환경 생태계 조성, 투명한 서비스, 효율적인 인프라, 이 모든 것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통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관광 부가가치가 공존하는 미래의 新 제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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