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관광 왔던 20대 여성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초기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 실종에만 무게를 두다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를 눈앞에서 놓친 탓이다. 경찰의 공개수사 후 용의자가 14일 충남 천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부실한 초동수사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 관광에 나선 A씨(26·여)의 가족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은 지난 10일 오전이었다. 지난 7일 혼자 제주에 온 A씨가 다음날인 8일부터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날 오후 A씨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해 용의자인 관리인 한정민을 만났지만 단순한 실종사건으로 생각해 용의선상에 올리지 않았다. 경찰은 또 당시 게스트하우스 창고에 보관된 A씨의 유류품과 500m 거리에 세워져있던 차량도 찾지 못할 정도로 수사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경찰의 수사력 부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몇시간 뒤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단순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의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저녁에 돌아간다"는 말만 믿고 기다렸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더 기막힌 것은 경찰이 이날 저녁 용의자가 지난 7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투숙객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밤늦게야 다시 용의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미 몇시간 전에 항공편으로 제주를 빠져나간 뒤였다.

A씨가 실종된 것은 용의자와 투숙객들이 함께 술자리를 가진 직후였다. 당연히 경찰은 수사 초반부터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술자리 동석자들에 대한 범죄사실 여부 등을 먼저 확인했어야 옳다. 더구나 한정민이 용의자로 의심될 수 있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놓치고 만 것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수사가 이처럼 허술해서야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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