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제주에서 살아온 조선시대 제주인들의 강인한 삶의 이면과 예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표해록이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됐다.

전국문화원연합 제주도지회(회장 양중해)가 첫 사업으로 펴낸 「옛 제주인의 표해록」은 지금부터 530년 전부터 300년 전 섬사람들의 뭍 나들이를 갔다 풍파를 만나 살아온 과정과 표류했던 지역의 풍물과 풍치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귀중한 문헌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향토사학자 김봉옥 선생과 아들 김치홍 교수(경상대)의 번역으로 새 빛을 쬔 이 책에는 김배회의 중국표류기(1471년), 김비의의 유구 표류기(1479년), 최부의 (중국) 표해록(1488년), 정회이의 일본 표류기(1501년), 김기손의 중국 표류기(1534년), 강연공의 일본 표류기(1540년), 김대황의 (안남) 표해일록(1689년), 장한철의 (유구) 표해록(1771년), 이방익의 (중국) 남유록 등 9편이 실려있다. 최부의 표해록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주인이 쓴 표해록이어서 조선시대 제주해양 문학의 가치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최부의 표해록과 장한철의 표해록은 이미 번역돼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조선시대 해양문학의 백미로 평가되고 있다. 최부의 표해록은 성종 19년(1488년) 제주삼읍 추쇄경차관으로 제주에 왔던 최부가 부친상을 당하여 집으로 돌아가려고 배를 탔다가 풍파를 만나 표해했던 과정의 기록이고, 장한철의 표해록은 영조 40년(1770)은 향시에 급제한 장한철이 전시에 나아가기 위해 배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절절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책머리에 소개된 김배회의 중국표류기는 성종 원년(1470년) 8월 김배회 등 7명과 함께 서울에 진상물을 수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대풍으로 중국 절강성에 표류했던 이야기이고, 김비의의 유구 표류기는 성종 8년(1477년) 2월, 김비의 등 8명이 진상품인 감귤을 수송하려고 출항하였다 역풍으로 유구 섬에 표류했던 이야기다. 또 김기손의 중국표류기, 김연공의 일본 표류기, 김대황의 안남 표류기도 진상품을 갖고 출항했다 대풍을 만나 표류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고를 끝내고 세상을 떠난 향토사학자 김봉옥 선생은 머리말에서“(옛 사람들의 표해록)은 중국이나 유구 안남이나 일본 등지에 표류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온 이들의 기록으로, 옛사람들의 강인함과 어려움을 겪었을 때의 예지와 살아 돌아온 이들의 표류 경위와 표류하여 도착한 곳의 사정들을 상세히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고 평가했다. 책 말미에는 표해록이 수록된 원본도 실려있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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