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한참 맹위를 떨치며 유행하던 독감이 기세가 좀 꺾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유행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는 사람이 다른 해보다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예방접종을 해준 의사는 이런 환자를 만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A, B, C형 세 가지가 있지만 사람이 주로 걸리는 것은 A, B형 두 가지다. 

A형은 증상이 심하고 대유행을 일으키지만 B형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한 편이고 작은 유행을 일으킨다.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유행해서 수천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이 대표적인 A형 독감이다. 대개는 둘 가운데 하나가 유행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A, B형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한꺼번에 둘 다 걸릴 수도 있고 독감에 결렸다 나은 다음에 다른 독감에 또 걸릴 수도 있다. 

독감은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고 예방접종은 보통 가을에 하지만 독감백신은 봄에 결정되고 만들어진다. 다가오는 겨울철에는 어떤 독감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니 그에 맞는 백신을 만들라고 WHO가 봄에 결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난겨울에 마지막으로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다음해에 유행한다. 독감바이러스의 유전자변이가 심해서 예측이 빗나가는 수도 있다. 다행히 예상이 적중했더라도 백 프로 예방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상 60~70% 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닭, 오리 같은 가금류나 철새 같은 조류가 주로 걸리는 조류독감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걸리지는 않는데 드물게 사람이 걸리는 경우에는 면역이 없어서 치명적일 수 있다. 

독감에 걸렸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급속항원반응검사라고 하는 간단한 검사방법으로 15분 정도면 진단이 되고 타미플루라고 하는 특효치료제가 있어서 48시간 이내에 먹으면 효과가 좋다. 처음에 와서 아파죽겠다고 하던 환자가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이틀 뒤에는 웃으면서 진찰실에 들어온다. 신종플루가 유행한 이후 동네의원에서도 독감검사와 타미플루 처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감예방접종이 효과가 없다고 접종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면 우리가족은 모두 매년 독감예방주사를 맞는다. 가정의학과의사라서 겨울철마다 보통 수백 명의 독감환자를 진료한다. 독감은 주로 기침을 통해서 전염되는데 수많은 독감 환자가 필자 바로 코앞에서 기침을 해대지만 지난 십여 년 간 독감에 걸려서 크게 고생한 기억이 없다. 필자는 독감접종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접종을 권하고 싶다.   

가끔은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왜 감기에 걸리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이 비슷해서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독감과 일반 감기는 다른 병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감염 때문에 생기는 병이고 일반 감기는 다른 여러 가지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걸린다. 그래서 독감예방주사를 맞아도 당연히 감기는 걸릴 수 있다.  보통 어른들의 경우 일 년에 평균 세 번 정도 감기에 걸린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