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북위 32도07분, 동경 125도10분에 위치한 이어도는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일본의 도리시마에서 서쪽으로 276㎞, 중국의 퉁타오에서 북동쪽으로 245㎞ 떨어진 11만 5000평 크기의 수중암초다. 해수면 아래 약 4.6m 지점에 잠겨 있지만 파고가 10m쯤 되면 꼭대기 부분이 어렴풋이 보인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 상선 스코트라호에 의해 존재가 처음 알려졌으며 1984년 제주대학교 팀의 조사로 실체가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해양연구·기상관측·어업활동 등을 위한 파랑도 과학기지 설치를 위해 1995년부터 해저지형 파악과 조류관측 등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2003년 6월 10일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워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이어도는 제주도의 전설에 나오는 이상향이다. 살아서 되돌아오지 못하지만 사시사철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섬이라 여겨지던 이어도는 이승의 삶이 지겹도록 고달플 때 편히 쉴 수 있는 피안의 섬이었다. 

이엿사나/이어도사나/이엿사나/이어도사나/우리 배는 잘도 간다/솔솔 가는 건 솔님의 배여/잘잘 가는 건 잡남의 배여/어서 가자 어서 어서….'이어도타령'은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들의 구전 노동요다. 직설적이고 역동적인 해녀의 삶과 애환이 오롯이 담겨있다. 

고 이청준 작가가 1974년에 발표한 중편소설 「이어도」는 이어도를 소재로 한 대표적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에게 이상향인 동시에 죽음의 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평단으로부터 죽음을 통해 섬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설적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7년부터 제8대, 제9대 도의회에서 도의원이 발의했던 '이어도의 날 조례안'이 주민청구로 제10대 도의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또다시 무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어도 조례안은 이어도를 둘러싸고 한·중 간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민들의 이상향이었던 이어도의 문화·정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이어도의 날'을 지정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한다니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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