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으로 광산에서 제일 끝 부분을 뜻한다. 하지만 요즘은 원래의 뜻보다 일부 드라마나 정치상황 등에 빗대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또는 '이장폐천'은 얄팍한 수나 변명으로 자신의 허물을 감추려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최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를 전후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김보름과 박지우, 노선영 등 3명으로 구성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준준결승 경기에서 7위에 그쳐 탈락했다. 

경기에서 두 바퀴를 남겨둔 시점에 김보름·박지우가 전력 질주했고 선두에서 맨 뒤로 자리를 바꾼 노선영만 홀로 처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지막 선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팀추월 종목 특성상 김보름·박지우가 몇 초 빨리 들어오기보다 서로 밀어주고 바람을 막아주면서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메달권에서 멀어졌지만 그보다 선수들의 경기태도·이후의 언행이 전국적으로 공분을 샀다.

고개 숙인 채 눈물을 훔치던 노선영을 코치 1명 외에 모든 선수와 감독이 외면했고, 김보름은 인터뷰에서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며 노선영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했다.

경기를 현장에서, 또는 생방송으로 지켜본 국민들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며 개탄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선영의 제의로 미리 약속한 작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노선영은 방송인터뷰에서 이를 반박하며 사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때아닌 '왕따 논란'은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국내 빙상계의 민낯을 우리 안방에서 전세계로 각인시킨 꼴이 됐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승리가 아닌 참가에 의의가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라고 말했다. 평화 제전에서 다시는 볼썽 사나운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조직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