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 대우

추운 겨울에도 상록의 잎새와 함께 진홍색 꽃을 피우는 동백은 한자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다. 이 꽃은 겨울에 꽃이 핀다 해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그 가운데는 봄에 피는 것도 있어 춘백(春柏)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외에 붉게 달린 꽃이라고 해 학단(鶴丹), 겨울을 견디는 꽃이라는 내동화(耐冬花)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제주에서는 흔한 나무이나 동백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온전한 상태에서 뚝 떨어지는 꽃송이에서 목이 잘리는 불길한 모습을 연상하기도 했거니와 동백나무를 심으면 집안에 도둑이 든다는 속설도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에 관계없이 동백꽃이 붉게 피어나고 있다. 올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을 통해 전국을 뒤덮을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동백꽃은 4·3 원혼들이 붉은 피를 흘리며 차가운 땅 속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로 4·3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제주도 등이 4·3 7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4·3 전국화 사업 일환으로 '4월엔 동백꽃을 달아주세요'가 시작됐다. 배우 정우성과 곽도원이 첫 주자로 나서면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제작,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4·3주간 동안 가슴에 다는 것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화해와 상생 정신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동백꽃 배지'는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배우 정우성 등이 달았던 수공예 자기 배지는 이미 수량이 달려 품귀 상태고 이어 만들어진 동백꽃들도 나오는 즉시 주인을 찾고 있고 있다. 지역 방송을 통한 홍보에 더해 안성기, 강부자, 송새벽 등 연기자와 작가 이외수, 가수 장필순 등 각계 인사 43명이 힘을 보태면 더 많은 동백꽃이 전국을 수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동백꽃 바람이 유명 연예인 효과 때문에 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70주년이란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주 4·3을 대한민국의 역사로 알리고 분명한 사실을 공유하는 촉매가 되길 바란다. 쉽게 지지 않지만 송이채 툭 떨어지며 남기는 진한 여운은 교과서에 다 실리지 못한 제주4·3을 전국에, 또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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