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오사카관광대학 객원교수·논설위원

얼마전 유럽의 유명관광도시에서 시민들이 "관광객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자신들 정주지에 관광객이 마구 밀려와 생활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에 관광객이 마구 몰리면서 수용범위를 넘어서는 포화관광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관광지마다 관광객이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오히려 원주민이 내몰리는 그야말로 나그네 주인 쫓는 격의 '터잡이관광'이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방관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무질서가 난무해 사회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제주에서도 2000년대 들어 관광객이 한 해 수백만 명씩 늘어나면서 2016년 1580만명 지난해에는 사드악재에도 불구하고 1475만명이 방문했다. 그로 인해 관련시설의 확대와 더불어 교통, 쓰레기, 범죄발생량이 전국 수위를 달리는 등 도민들 불평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관광수용역 연구용역'에서 내년이면 관광객 1686만명으로 한계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상주인구 22배에 달하는 외지인이 넘쳐나면서 환경악화로 득보다 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듯이 지금까지 제주는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전대미문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제주본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실질 지역내 총생산은 전년대비 6.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2.8%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성장세다. 올해는 4.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경제성장은 관광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미 제주는 관광으로 먹고살아가야 하는 산업구조로 변모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무대응으로 막나가는 관광산업을 가짜성장이라 비난한다. 제주자치도가 애당초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면서 전체자본주의 확대에만 급급했지 정작 포화관광 대응에는 손을 놨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처 성장열차에 올라타지 못한 도민들에게 낙수효과는커녕 관광공해를 치유하는데 무거운 사회적 비용부담만 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생태계보전지역에 고도제한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시설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돼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이런 부절적한 팽창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토지이용의 합리적 규제와 경제시스템의 제도개선에 관한 뾰족한 대안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쉬운 시점이다. 과거 무모한 관광개발의 문제점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용범위 내에서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효과를 높여나가는데 도민역량을 모아야 한다. 

일찍이 독일 관광학자 그릭스만 교수는 관광이란 '관광목적지에서 일시적으로 체재하고 있는 사람과 그 지역주민들과의 여러 관계의 총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관광객 권리와 주민주권의 평등을 강조한 것으로 체재하지 않는 이방인은 순수관광객으로 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당국은 환경악화와 소득불평등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관광객에게는 소비자권리를 보장하는 시책이 따라야지만 아울러 관광객을 공헌도에 따라 관리하는 합리적 제도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기조도 양적, 질적을 포괄하는 개념전환이 요구되며,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세계은행이 내세운 '포용적 성장(Inclucive Growth)'으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과잉관광으로 인해 무질서, 난개발, 시장교란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올해부터라도 혼잡정도에 따라 진입제, 예약제, 할인제 등의 규제수단으로 수용여력을 늘려나가는 관광정책을 가일층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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