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원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논설위원

2018년. 올해는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 사태와 그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제주4·3이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제주대학교의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한창이었던 2017년 11월 20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제10대 제주대 총장 선거 후보들에게 2018년 4·3 70주년을 맞아 제주대학교에 4·3학과 개설을 공개적으로 건의한 바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후보자들의 대답은 서로 크게 다른 바가 없었다. 제주4·3에 대한 연구에 있어 제주대의 역할을 강조하고 강화시켜나가겠다는 응답은 보였으나, 학과개설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줄 수 없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대학"에서 "학과"는 학문의 분류체계에 의해 설치되는 것이지, 특정 "연구 주제"에 의해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사항을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비록 중국사를 전공한 연구자이기는 하지만, 역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제주대학교 "사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일원으로서 제주4·3의 정명(正名)과 연구에는 그 어떤 학문분야의 연구자보다 책임감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제주와 제주학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지역의 선배께서 언젠가 "제주에는 있지만 제주대에는 없는 것?"이라는 말로 4·3에 대한 학문적 결여를 언급하며, 지역거점대학인 국립대학이 국가가 저지른 역사적 유산인 한국현대사의 학문적 연구와 지적인 탐구의 임무를 방기한다는 것은 진정한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일이라는 점을 통렬히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애정 어린 비판에 대해 대학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이자 역사학자로서 제주4·3에 대한 지역대학의 노력과 방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학을 비롯하여 사회학, 정치학, 국문학 등 제주대 내 다양한 학과에서는 제주4·3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후속세대의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 및 대학원에 설치된 학과는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를 길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연구자들 중, 제주4·3이라는 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가 배출되는 것이다. 사학과의 경우 석사 및 박사과정이 각각 2003년과 2006년에야 설치되었다. 때문에 제주4·3을 주제로 연구한 박사학위자를 아직 배출하진 못했지만 다수의 석사학위자들이 배출되었고, 관련기관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복수의 박사과정 연구생들이 있다. 작년에는 학부 재학생들이 '전국역사학대회'의 동양사학회 주최 '2017년 동양사 연구자 양성을 위한 대학생 논문발표 대회'에서 <종전 후 외세의 개입에 따른 영향과 갈등: 제주 4·3사건과 대만 2·28사건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여 장려상을 수상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같은 학과차원의 노력과는 별개로 특정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의 수행은 전문연구기관을 통해 연구인력이 갖추어지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전임 총장 재임 시에 제주대학교의 대표적인 지역학 연구기관인 탐라문화연구원의 확대개편을 통해 4?3연구센터를 설치하기는 하였지만, 연구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전문연구인력과 자금의 확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4·3연구에 대한 지역사회의 열망은 지금 단 한 치도 줄어들지 않았고, 새로이 선출된 총장 역시 제주4·3연구에 대한 지역대학의 역할 강화를 공약한 바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발전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서라도 제주4?3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야말로 제주대가 지역대학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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