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의 죽음을 계기로 '태움'이라는 관행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인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가리키며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선 간호사들 사이에서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해 12월1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약 2개월간 실시한 '의료기관 내 갑질 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를 통해 간호사 41%가 태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10명 중 1명은 폭행을 당하거나 성희롱, 성추행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1만1000여명 중 간호사 6094명의 설문을 1차 분석한 결과다. 설문에 따르면 간호사 대부분인 83.8%가 직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욕설이나 모욕적 언사, 반말, 험담, 무시, 비하 등 폭언을 경험한 간호사는 65.5%였고, 폭행을 경험한 간호사도 10.5%에 달했다. 성희롱 등 성폭력을 당한 간호사는 13.0%로 나타났다. 게다가 간호사들의 근로 환경도 열악했다. 휴게시간을 100% 보장받는다는 간호사는 5.9%, 식사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경우는 11.3%에 불과했고 휴가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간호사는 18.4%에 달했다. 또 간호사의 72.7%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시간외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56.4%는 병원에서 개최하는 체육대회, 송년행사 등 공식행사에 참가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28.3%는 시간외근무 수당 신청 자체를 금지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의 70%가 이직하고 싶어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밝혔다. 태움이 이직의 원인이 되고 늘어난 업무는 태움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사회에서 형성된 계층 간 업무·책임 부담의 차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 환경 등 구조적 문제가 태움이라는 비인격적 교육 시스템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병원은 인명을 다루는 현장이라 일정 정도의 엄격한 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 종사자들조차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열악한 업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면 결국 피해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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