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분열로 추락한 여자 팀추월

지구촌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인 제23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지난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우리나라는 종합순위 4위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었다. 경기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최선을 다하는 국가대표들로 인해 이번 올림픽은 선수는 물론 온 국민이 '팀 코리아(Team Korea)'를 외치며 하나가 된 최고의 드라마와 감동의 무대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얘기다. 세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하지만 준준결승에서 두명의 선수가 뒤에 처진 다른 한명을 그대로 두고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러고도 동료에게 책임을 미루고 위로할 줄 모르는 선수들에게 하나의 팀으로서 소통과 화합은 없고 분열과 대립만 있었다. 게다가 선수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에 노력해야 할 감독마저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할 뿐이었다.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여자 팀추월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으며 최하위로 경기를 마감하고 이번 대회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올림픽 여자 팀추월 선수들이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되고 추락하는 모습은 제주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사람들은 척박하고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서로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정신이 자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주사회가 소통과 통합보다는 대립과 분열이 앞서는 '갈등의 섬'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해군기지 갈등이 1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제주 제2공항이나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설 등을 놓고 행정과 지역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 민간투자사업을 둘러싼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간의 '개발과 환경' 갈등도 심각하다. 지역주민들은 민간투자사업으로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내세워 반대한다. 신화역사공원내 랜딩카지노 확장 이전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녹지국제병원, 송악산 뉴오션타운,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도 크고작은 갈등들이 제주사회를 얽매고 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 사회에서든 사람이 있는 곳에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개인의 의사와 결정을 무시한 획일적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현안도 다양해지면서 이해관계자나 구성원간의 의견 충돌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갈등조정 리더십 부재 

그렇다고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이 많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갈등을 슬기롭고 원만하게 해결한다면 조직이나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갈등과 대립이 구조화되고 장기화된다면 공동체 분열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사회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고 없음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제주사회의 갈등조정력은 너무도 미흡하다. 리더의 역할 부재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민간투자사업을 둘러싼 갈등만 봐도 그렇다. 누구보다 갈등 조정에 앞장서야 할 제주도나 도의회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정책 결정 등을 미루다보니 갈등만 더 키우는 양상이다.

제주공동체가 대립과 분열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 부활 20년이 흐르면서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주민의 권익이 신장된 오늘날 지도자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갈등 조정능력과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모아 문제해결의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이런 점에서 도와 도의회는 지금까지의 갈등관리 과정을 심각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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