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입시에서 교차지원이 상당폭 억제됨에 따라 의·치대, 한의대 등을 지망하는 고득점 재수생 수백 명이 대거이과로 이동하고 있다.

고교에서는 전과희망자가 그다지 많지는 않고 반편성을 다시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학교는 반 재편성을 검토하고 있고 전과 희망자는 사설입시기관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단과반 개설학원에는 교차지원을 노리고 문과를 택했던 재학생 재수생들의 수학Ⅱ와 과학Ⅱ 수강신청 문의가 벌써부터 폭주, 코앞으로 닥쳐온 4월 수강신청은 유례 없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14일 사설입시학원들에 따르면 강남 대성학원은 이날 오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문과반 11개 중 한 반에 5명 안팎씩 총 60명 정도가 이과반으로 전환을 신청, 15일부터 곧바로 반을 옮겨 수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노량진 대성학원은 문과반 15반 중 한 반에서 2∼3명 정도가 이과반 전환을 신청할 것으로 파악됐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전과를 희망하는 재수생들은 주로 인문계 수능을 보고 교차지원을 통해 의학계열에 진학하려던 상위권 학생들”이라면서 “가산점이 1%이면 수능점수로는 4점이지만 4%이면 16점에 달해 복수지원 가능성과 불안감 등이 겹쳐 대부분 이과로 옮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종로학원의 경우 문과 29반 중 한반 인원(50명)의 10%인 5명 내외, 모두 150명 안팎이 이과로 전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들 중 절반이상은 의학계열 학과 지망생이다.

일선고교에서는 3학년 반편성이 끝난 시점이어서 새로 반편성 등은 어렵고 옮기려는 학생도 많지는 않지만 서울 H고 등 일부 고교에서는 이달말 새로 반편성을 하려고 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수학생이 몰린 외고의 경우는 문과반만 개설돼 있는 데다 재학생의 상당수가 인문계 수능을 치르고 교차지원을 통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여서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시내 모 외고 3학년 교사는 “42명 정원의 우리반의 경우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5∼6명이 되는데 다들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며 “남아있는 학생들은 교차지원만 믿고 전학도 가지 않았던 터라 학생들은 입시안이 미리 발표됐으면 전학이라도 갔을 거라며 발을 구른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고 교사는 “외고 규정상 이과반을 따로 편성해 수업을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일부 대학의 경우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며 어차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의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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