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럭분교 22년 만에 본교 승격식 개최…무지개빛 학교의 기적
주민·교육청·행정 등 수년 노력 결실…지역사회서 축하 잇따라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이 사라집니다"
지난 2일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이 22년 만에 '더럭초등학교'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은 날 상·하가리 마을주민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더럭분교장은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개교해지만 제주 4·3사건 당시 학교가 소실됐다. 이후 1954년 더럭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뒤 초등학교 본교로 운영되다가 학생 수 감소로 1996년 애월초 더럭분교장이 됐다.
이후에도 더럭분교장은 학생수 계속 감소했고, 1999학년도에는 졸업생이 1명에 불과했다. 2009년에는 전교생이 17명까지 줄면서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학교'를 포기할 수 없었던 마을 주민들과 학교 관계자 등은 '더럭분교 발전위원회'를 구성, 행정당국의 지원을 받아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등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주민들은 '학교'가 있어야 마을도 유지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공동주택 건립에 마을의 소중한 재산도 기꺼이 내놓았다.
그 결과 올해 신입생 19명 등 현재 재학생수가 108명까지 늘었다.
장봉길 하가리장은 "농촌지역에서 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마을주민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공동체 유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학교가 없다면 지역의 의미도 사라진다는 믿음 아래 수년간 노력해온 결실이 이렇게 꽃 피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에서는 장학사업 등을 통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연아 더럭초 학교운영위원장은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만큼 그에 걸맞은 시설과 교육프로그램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며 "학교가 본교로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학부모와 학교, 지역주민간 긴밀하게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축사를 통해 "최악의 저출산 시대에 이룬 뜻 깊은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본교로의 승격까지 수많은 고비가 있었겠지만 지역주민과 학교가 하나 돼 본교 승격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교육청은 더럭초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