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고구려는 5나부의 연맹을 통해 국가를 형성했다. 때문에 국정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제가회의를 뒀다. 나부는 국가운영의 중요한 정치단위였으며, 제가는 나부의 읍락을 지배했고, 세력의 규모에 따라 대가와 소가로 구분됐다. 

제가는 기본적으로 왕권에 복속됐지만 대가의 경우 국왕과 별도로 신료집단을 보유할 만큼 나부에 대한 지배력이 강력했다. 이로 인해 고구려 초기 중요한 국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제가의 합의가 요구됐다.

제가회의에서는 죄인에 대한 재판을 비롯해 국정의 주요 사항을 심의함으로써 5나부의 합의를 도출했다. 왕위계승과 재정, 외교·전쟁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의결했으며, 나부간의 갈등도 제가회의를 통해 조율했다. 처음에는 국왕이 제가회의 구성원으로 회의를 주재했으나 일정 시점부터 상가 내지 국상이 제가회의를 대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제에서도 비슷한 회의로 정사암회의가 있다. 정사암회의는 재상의 선출 등 국가의 주요 사항을 의논하고 결정하던 백제의 귀족회의다. 나라에서 재상을 선출할 때 후보자 서너 명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상자에 넣고 봉한 후 그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후 얼마 뒤 상자를 열고 종이를 보면 재상이 돼야할 사람의 이름 위에 도장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신라의 화백회의도 비슷하다. 화백회의는 씨족사회 전통을 계승한 회의로 만장일치제가 특징이며, 부족 대표들이 모여 중요 사항을 합의한 후 처리했다. 이 제도는 귀족들이 국왕을 추대하거나 폐위하는 등의 영향력도 행사했으며, 각 집단의 부정을 막고 단결을 강화하는 한편 귀족 세력과 왕권 사이의 권력을 조절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대중교통 우선차로 단속 문제로 도민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도는 제주특별법과 도로교통정비촉진법을 근거로 우선차로 단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은 도로교통법상의 전용차로 규정을 위배해 시행할 수 없다고 주장,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양측이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갈등을 연출하며 도민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입장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전에 대화의 자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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