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며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의 비난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잘못에 대한 책임과 처벌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보다 더 많은 처벌과 징벌이 있었다면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사실관계, 즉 펙트다.

시계를 2년7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제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본보 현민철 논설위원과 백광식 당시 제주시 도시건설국장간 시비사건과 관련,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은 당시 서로간 오해로 빚어진 시비사건인 만큼 상호간 사과로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부의 성명이 왜곡된 여론을 만드는데 도화선이 됐다. 펙트와는 거리가 먼 성명 하나로 단순한 시비사건이 한 사람은 '갑질 기자'로 다른 고위 공직자는 '선의의 피해자'로 둔갑된 것이다.

전공노 제주본부는 당시 제주시 간부공무원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성명에는 "도내 모 신문사 기자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제주시청 국장급 공무원에게 함께 술 마실 것을 강요하다가 거부하자 욕설과 함께 공무원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목덜미를 잡아당기고 팔꿈치로 폭행하여 결국 사법당국에 고소까지 가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중략) 함께 술 마실 것을 거부하였다고 공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행위는 단순히 공무원 한 명이 아니라 7000여 제주 공직자를 위해한 것이며, 공무원의 옷을 벗기겠다고 운운하는 것은 제주 전체 공직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만행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같은 성명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해당 논설위원은 협박과 폭행을 한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더구나 이 성명 이틀 후 제주시 간부공무원이 투신하면서 부상을 입자 여론은 급격히 간부공무원 편을 드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펙트 없는 거짓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언에 의하면 실랑이는 있었으나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 것은 간부공무원 일행이었다. 더욱이 간부공무원이 주장한 협박에 대해 간부공무원 일행이었던 업체 대표는 물론 이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의 법정 증언에서도 협박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전공노 제주본부의 성명 내용이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 5일 제주시 간부공무원에 대한 폭행 혐의를 수사한 결과 간부공무원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사결과로 당시 단순한 몸싸움 수준의 시비사건이 간부공무원에 의해 논설위원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확대된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쌍방폭행인데도 피해자 행세를 한 간부공무원의 여론몰이에 당시 전공노 제주본부가 휘둘린 셈이다.
여론몰이는 개인이나 집단이 개인의 사적인 목적이나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여론몰이의 주체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모순되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일종의 사기 행위이며 여론조작으로 볼 수 있다.

여론몰이로 인한 피해나 파장은 심각하다. 이번 사례처럼 당시 간부공무원의 여론몰이에 전공노 제주본부가 휘둘리며 당사자인 논설위원은 제주사회에 파렴치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다행히 재판과 고소에 따른 경찰의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지만 그동안 상실한 개인에 대한 평판과 명예, 사회적 지위는 쉽게 회복될 수 없다.

내가 알던 사실이 진실과 다르다고, 시간이 지났다고, 이를 모른척 지나치는 것이야말로 비겁한 행동일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재판과 추가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다. 전공노 제주지부 등 당시 잘못된 사실로 한 개인과 조직, 그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사실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용기 내어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이 더 나은 제주사회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해본다. 한마디 진정성 있는 사과가 백 마디 설득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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