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오경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3월이다. 3월은 어쩌면 1월보다도 새로운 시작과 어울리는 달이다. 만연히 흩뿌려져 있는 봄 냄새를 맡으며 추위로 움츠렸던 몸을 움직이게 된다. 

학창시절의 기억 속 3월은 새로운 교실에서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 때문에 설렘과 긴장이 항상 함께 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한의원에 내원하는 어린 친구들의 얼굴에서도 3월에만 드러나는 첫 시작의 감정이 자연스레 읽힌다. 

한약이나 침 치료와는 친숙하지 않아도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총명탕'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총명탕'은 동의보감에 수록된 탕 중의 하나로 건망을 치료하는 약이다. 

밤을 새워서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지만 보면 머릿속이 까마득하고 하얗게 되는 것처럼 애써 생각하려 해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것을 '건망'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건망을 인체의 위쪽의 기운이 약하고 아래쪽으로만 기운이 머무르면 나타난다고 본다. 장부로 이야기하면 '심(心)'과 '비(脾)'가 생각을 주관해 이들이 상하게 되면 총명함을 잃게 된다.

하지만 비단 심과 비의 문제가 아니라 인체의 어디라도 불균형이 오래 지속되면 헤아리고 판단하는 능력이 줄어든다. 

이 경우 침과 한약은 심과 비의 기운을 도우며 개개인이 호소하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총기를 잃지 않게 도울 수 있다. 

학업 능력에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가끔씩 공부 잘하는 비법이라며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해라'라고 말해주는데 모두 실 없다는 듯 웃고 넘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정말 비법 중에 비법이다. 소화가 잘 되는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비의 기운을 높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운동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심의 기운을 편안히 한다. 언제나 답은 단순하고 생각보다 쉽다. 총명함은 건강한 몸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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