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익 탐라문화연구원⋅논설위원

제주도가 ‘제주다움’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개발열풍에 곶자왈과 초지대가 훼손되고 있고, 축산분뇨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환경파괴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화와 인구증가로 인해 물 부족 문제와 쓰레기 처리난, 교통체증 문제가 심화되면서 본래의 제주원형이 사라지고 있다는 탄식도 들린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주인의 원형을 찾고 제주다움을 지키기 위해 ‘제주정체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제주정체성의 정립 및 교육영역 개발’이라는 주제의 도민공청회가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제주인으로서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주시민, 세계시민으로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였다. 이날 현장에서 제주대학교산학협력단연구팀이 제주인과 제주정체성, 자연환경, 신화와 전설, 제주어, 제주역사, 생활문화 등 6개 분야 정체성 교육영역을 제시했다.

제주정체성 교육은 제주인과 제주도의 원형을 찾는 작업이다. 근래에 지방화 시대를 맞아 행정관청에서는 지역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제주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요소들을 선정해 문화콘텐츠 산업과 연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미래를 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느영나영 ᄒᆞᆫ디 발전하는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역화교재를 투입하며 정체성 교육을 하고 있다. 제주특별차지도의회에서는 “제주어교육 활성화 조례”(2015), “제주이해교육 활성화 조례(2015)”, “4⋅3평화교육 활성화 조례(2015)”,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 조례(2017)”를 만들어 정체성 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정체성 교육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들이 있다. 첫째, 제주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집단지성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 제주정체성을 찾기 위한 논의들이 20여 년간 이루어지면서 삼무정신, ᄌᆞ냥정신, 해민정신(=개체적 대동주의) 등이 제주인의 정체성으로 제시되긴 했으나 도민사회에서 제대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충북 단양의 의병정신, 진주의 논개정신과 같이 제주인으로 하여금 정체성과 세계관을 확립하는 근거가 되는 전범(典範)”이 제시되기 기대한다.

둘째, 학교현장에서 제주정체성 교육 관련 교육과정과 교육자료 개발이 요청된다. ‘혁신학교’에서라도 시범적으로 국어, 사회(지리), 역사 등 정규 수업시간에 제주정체성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과정이 개발되어 투입되었으면 한다.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 등 방과후 수업시간에 정체성 교육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 참에 정체성 교육 자료로 ‘제주학 교과서’ 개발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2017년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발간한 󰡔제주학개론󰡕이 토대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제주를 상징하는 20개 테마별(음식문화, 주거문화, 언어, 신화, 민요, 돌 문화, 농경문화, 목축문화, 해녀문화 등)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만든 것이다. 󰡔제주학개론󰡕을 중⋅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해 만든 제주학 교과서를 정규 교과 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셋째, 제주정체성 교육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담당 교사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고, 수능대비에 전력투구해야 할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정체성 교육 업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제주정체성 교육을 담당하겠다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제주정체성 교육은 제주도와 제주인의 원형을 찾고 나아가 제주다움을 지키고 보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주정체성 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과 이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과 이주민들을 배려하고 공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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