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상습지 정비한다며 광령천 마구 파헤쳐

제주시가 수해상습지 정비 사업을 벌이면서 하천 바닥을 마구잡이식으로 파헤쳐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1월부터 외도교∼월대교 상류 및 도근천 등 870m 구간을 대상으로 홍수방지용 호안을 시설하고 다리를 확장하는 ‘광령천 수해상습지 정비 사업’을 펴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등 모두 16억여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큰 비가 오면 인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시는 하천 인근 사유지를 일부 매입해 시민휴식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그러나 석축 공사를 벌이면서 중장비를 동원, 하천 바닥을 무차별적으로 파헤쳐 환경파괴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구간은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일종의 연안습지로, 인근에는 맑은 물에만 서식한다는 동남참게와 은어, 흰뺨검둥오리, 백로, 논병아리 등 보호가치가 높은 생물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17일 “수해상습지 정비도 좋지만 하천바닥을 파헤치는 방식은 생태계를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시공업체 관계자는 “하천 준설도 공사계획에 들어있다”고 밝혔으나 제주시 관계자는 “그렇게 지시한바 없다”며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이호천과 흘천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수해상습지 정비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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