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전 초등학교 교장·논설위원

독서는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몸이 불편하게 돼서 실질적인 소년가장이 되었지만 독서 습관 덕분에 교육자로 정년퇴임까지 힐 수 있었다. 

내가 다녔던 그 당시(1964년) S국민학교에는 아동용 도서가 400권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교장실 책장에 보관하고 자물쇠로 문이 잠겨 있었다. 그런데 4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그 자물쇠를 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위인전, 세계명작 등을 읽으면서 비로소 꿈을 꿀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때로는 밤이 하얗게 밝아왔다.  

독서야말로 사람을 성숙시키고 거듭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는다. 책을 펴면 미래가 보이고, 오늘의 reader가 내일의 leader가 된다. 책 속에는 인류가 수 천 년 동안을 두고 쌓아온 사색과 체험과 연구와 관찰의 기록이 마치 백화점에 가득 쌓인 물건처럼 널려 있다. 이 이상의 보물, 이 이상의 위대한 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책만 펴놓으면 우리는 수천 년 전에 살던 사람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천재의 학설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읽을수록 책을 닮아간다. 책 속에 모든 길과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2017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종이책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독서하거나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전자기기가 편리하다고 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깊이 있는 분석력과 통찰력, 사고력과 상상력 등을 키우기에는 책, 신문, 잡지 등 종이책을 통한 독서가 더 유용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종이책' 독서만이 줄 수 있는 효용이 따로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공감 능력이다. 독서가 실제 인간관계를 통해 얻게 되는 것만큼이나 크게 사람의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또한, 2017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1년간 성인 10명 중 2명만이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는 공공도서관(작은 도서관 포함)이 타시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42개소가 있다. 제주도민들이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공도서관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예산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제 독서교육으로 방향을 돌리자.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는 기회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좋다. 아이들 혼자 책을 읽게 해서는 독서 효과가 크지 않다. 부모가 같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이나 논리를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부모가 TV를 끄고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고, 대화하면 가정이 살아나고 아이들의 생각이 커진다. 부모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책을 읽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교육의 디딤돌이 되는 초·중등학교에서도 당연히 사고력과 창의성, 감성을 기르는 독서교육이 학교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도 독서교육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독서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청소년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 최근 사회적으로 심각히 우려되는 청소년 사이버중독 치료에도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거의 대다수 초·중등학교에서 학교에 등교하면 어김없이 교사와 함께 아침 10분 독서로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아침 10분 독서운동이 더욱 확산되고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실천되려면 학교장, 교사의 의지와 교육청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독서는 학생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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