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대우

1988년 서울의 잠실 주경기장. 한 소녀가 어머니의 휠체어를 끌고 경기장을 따라 달리는 모습이 전세계로 전파를 탔다. 패럴림픽 역사상 첫 성화봉송이 이뤄지는 장면이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함께 열리는 게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패럴림픽의 시작은 올림픽과 관계가 없다.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패럴림픽은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한 병원의 '운동회'에서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척추 부상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들을 치료하던 신경외과 의사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가 환자들에게 스포츠를 장려하기 위해 '스토크 맨더빌 운동회'를 만들었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된 젊은 군인들이 스포츠로 활기를 되찾고 다시 세상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의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1952년부터 국제적인 척수 마비자 경기회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첫 대회 26명이었던 출전 선수도 점차 늘면서 196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1회 패럴림픽'으로 변모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은 패럴림픽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서울올림픽 전에는 상황에 따라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다른 지역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1988년부터 같은 개최지, 같은 경기장에서 정식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오방색 태극 문양 5개로 디자인된 서울 패럴림픽 엠블럼도 변화를 거치며 달라졌지만 현재의 패럴림픽 엠블럼인 '아지토스(Agitos·나는 움직인다는 뜻의 라틴어)' 디자인에 영향을 줬다.
그 패럴림픽이 30년만에 다시 대한민국에 돌아왔다.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는 강원도 평창에서 지난 9일 개막해 18일까지 10일간 열전을 치른다. '아름다운 철인' 신의현이 비장애인, 장애인을 통틀어 노르딕 스키 사상 첫 메달을 따내면서 흥행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기 전까지 부모님 농사를 돕던 평범한 청년이 원대한 꿈을 꾸고 실현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또다른 우리의 아름다운 청년들을 위해 뜨거운 응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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