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이 메일을 통해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 「우리집 고양이는…」은 이렇게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한다.

 몇 개의 상자 속에서 발견된 디스켓 몇 장. 그 속에는 외계의 언어로밖에는 볼 수 없는 이상한 패턴을 반복하는 기호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디스켓을 분석한 언어학자는 그것이 고양이의 언어이며 그 중에서도 세련되고 교양 있는 고양이가 주고받은 이 메일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소설은 수코양이 티론과 암코양이 클레오가 이 메일로 주고받은 연애담이다. 제목에서처럼 고양이가 연애를 한다는 기상천외한 상상으로 시작한 소설은 그러나 고양이와 인간에 대한 한편의 예리한 논문으로도 읽힌다.

 버릇없고 이기적인 고양이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개와 패션·부동산·의학·맛있는 음식·영화·시 그리고 주인들의 한심한 사교생활까지도 명확한 고양이의 가치관으로 재단한다.

 천사 클레오와 위대한 티론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들 고양이의 연애담은 기발한 재치와 유머가 소설 곳곳에 넘쳐난다.

예를 들면 암코양이 클레오는 티론이 멋있고 남성적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고양이 잠옷 사이트에서 구입한 대담한 속옷을 입고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낸다. “네가 날 야하고 대담한 요부로 만들었다”는 낯뜨거운 밀어를 동봉한 채.

 게으르고 쓸데없는 여가에 온 신경을 쏟는 주인들보다 더 세련된 언어감각을 보여주는 이들 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유쾌한 동화를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여기에 클레오와 티론이 소설의 작가라고 소개하는 저자의 능청스러움과 상상력이 더해져 책을 읽은 후에는 컴퓨터 키보드에 떨어진 하얀색의 고양이털을 찾을지도 모른다. L.버지니아 브라운·린다 햄너. 이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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