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편집상무

자유한국당이 지난 주 제주도지사 후보에 김방훈 전 제주도당위원장을 공천하면서 6·13 전국 동시지방선거에 따른 제주도지사선거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광역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를 통틀어 전국적으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예비후보가 줄을 잇고 있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 각축 속 한국당 조기 공천

제주도지사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우남 예비후보, 도의회 의장에다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을 지낸 문대림 예비후보, 4선 도의원으로 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박희수 예비후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 출신의 강기탁 예비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에서는 단독으로 등록한 자유한국당 김방훈 예비후보가 지난 주 일찌감치 공천을 받았으며 녹색당 고은영 예비후보는 본선을 향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김방훈 예비후보를 제주도지사 후보로 공천함에 따라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인 원희룡 도지사의 자유한국당 복당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합류한 원 지사는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바꿔 단 뒤 탈당하지 않아 자동적으로 당적을 승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물론 제주에서도 바른미래당의 지지도가 바닥세인 상황에서 원 지사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따라서 원 지사의 측근을 비롯한 도내 정가에서는 원 지사가 조만간 바른미래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 지사의 무소속 출마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지역색이 약하고 인물론 의존도가 높은 제주지역 정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6번 치러진 역대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3차례(1회 신구범, 4회 김태환, 5회 우근민)나 당선될 정도로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존재감도 거의 없는 바른미래당에 기댈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원 지사도 굳이 인물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는 않고 있다. 원 지사 측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워낙 높아 야당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무소속이 강세였던 제주도가 인물론을 많이 보는 지역이라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주판 3김시대'를 종식시켜 달라는 세대교체 요구 바람에 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당대표·대통령 후보에까지 도전했던 화려한 경력으로 손쉽게 지사직을 거머쥔 그로서는 아직도 인물론에 희망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물론에 바탕을 둔 막연한 기대 수준의 개인기가 통했다면 이번 선거는 제2공항, 대중교통, 쓰레기, 주택, 난개발 문제 등 제주가 안고 있는 과제에 대한 보다 실체적인 개인기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는 점에서 긴장감도 감지된다.

이와 함께 원 지사가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두면서도 야권연대를 꾸준히 강조해온 점에 비춰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 등 원 지사 행보 관심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와 전략공천관리위원회 구성안을 의결, 공천 심사를 본격화하면서 김우남·문대림 예비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 본선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당내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의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대 야권후보 단일화의 양자 대결로 이어질지, 무소속 출마로 장성철 도당위원장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후보까지 참여하는 다자 대결 양상으로 끌고 갈지 원 지사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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