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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응어리를 꺼내 세상에 토하다제주4·3평화재단 동아시아 평화인권전 26~6월 25일 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
강요배·김정헌·민정기·임옥상·이종구 등 민중미술 1세대 거장 4·3 마주하기
고 미 기자
입력 2018-03-25 (일) 15:58:07 | 승인 2018-03-25 (일) 16:22:02 | 최종수정 2018-03-25 (일) 18:30:57
김정헌_핏빗얼룩과 동백꽃“몇 십 년 전 나는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통해 4·3 사건을 처음 접했다. 그 이후 나는 항상 제주도에 빚을 진 느낌이다. 70대 중반에 다다른 내가 그 당시의 전율을 다시 살려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잊지 않기 위하여 그 당시의 넋을 기려야겠다.” 김정헌

상처를 비벼 피맺힌 생살이 드러난다. 허망하게 사라지거나 힘들게 연명한 목숨이란 것이 널브러진다. 주저 없이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은 아직 퍼렇게 날이 서 있다. 이 땅 아래 아직 뒤척이는 원혼에 손을 내밀고, 더없이 진솔하게 다가온 것들에 감히 고개를 돌리기 어렵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26일부터 6월 25일까지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4·3 70주년을 추념하는 ‘동아시아 평화 인권전-침묵에서 외침으로’를 연다.

‘침묵에서…’에는 강요배·김정헌·민정기·임옥상·이종구 등 우리나라 민중미술 1세대 거장들이 마주한 4·3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 인권과 눈을 맞춘다. ‘70년’보다 더한 시간의 흐름이 타임 랩스처럼 보인다.

민정기_무제600“제주 4·3의 상황을 지면과 자료를 통해서 볼 때마다 일제강점시대 이후의 해방 공간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질곡과 역사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고 가혹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민중의 참혹한 상황이 우연히 본 유럽 중세의 종교화 중에서 지옥의 처참함을 묘사한 이미지와 겹쳐졌는데, 이러한 상황을 가히 표현하고 있구나 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민정기

머리로는 알 것 같지만 풀어내기 힘든 ‘과거사’공유를 위해 5·18기념재단,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부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의 조언을 구했다. 또 일본 히로시마시립대학예술자료관, 중국 중앙미술학원, 베트남 헤리티지 스페이스, 대만 2·28사건기념기금회 등의 검토를 거쳐 참여 작가를 선정했다.

이종구_조천읍 북촌리 2688번지“(…) 1949년 1월 17일 밤, 이 마을 너븐숭이에서는 밤새 총소리가 났다. 북촌국민학교와 인근에서 군인들이 300여명의 양민을 학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수없는 어린아이들도 희생되었다. 이름도 없는 아기무덤이 아직 너븐숭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천읍 북촌리 2688번지의 팽나무는 겨울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 벌어진 그날 밤을 증언하는 확실한 목격자다. (…) 이 나무 아래 땅 속에는 아직 영면하지 못하고 뒤척이는 수없는 원혼들이 계시다!” 이종구

강요배 작가는 ‘제주민중항쟁사-강요배의 역사그림전’의 마지막 작품인 ‘장두(狀頭)’의 밑그림으로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십자가-시신을 보는 사람들 Ⅰ·Ⅱ·Ⅲ’를 꺼냈다. 강 작가와 더불어 강주현, 김산, 김성오, 부상철, 송미지자, 이명복, 임춘배 등 제주 작가들이 고정 장치 역할을 한다. Amemoto Takahisa(일본), Ren Dezhi (중국), Trieu Minh Hai (베트남), Tsai Wen-Hsyang (대만) 등 해외 작가들이 지닌 평화·인권 감수성도 살필 수 있다.

임옥상 4.3레퀴엠“땅을 그려온 나에게 오름은 땅 중의 땅이다. 어머니가 있고 휴식과 평화가 있다. 그러나 한 삽만으로도 오름은 진실은 말한다. 아직도 어머니의, 형제자매의 오장육부가 썩지 못한 채 묻혀있다. 선혈이 낭자한 뜨거운 심장이 던져져 있다.(…) 4·3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 오름이 해방된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해방된다.” 임옥상

민중미술 대표작가 그룹의 4·3 마주보기는 무겁고 진득하다.

민정기 작가는 4·3을 통해 유럽 중세의 지옥도와 마녀사냥의 이미지를 연상한 ‘무제’(2018)를 김정헌 작가는 아직 제주를 떠나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원혼을 품은 ‘두개의 달 : 제주의 돌 하르방, 돌담’(2018), ‘핏빗 얼룩과 동백꽃’(2018)을 전시한다.

이종구 작가는 북촌리 양민학살을 다룬 ‘조천읍 북촌리 2688번지’(2018)로 폭낭(팽나무의 제주어) 아래 아직 영면하지 못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임옥상 작가는 ‘4·3 레퀴엠’(2018)으로 4·3 영령들을 향한 바람의 진혼곡을 연주한다.

미술을 통해 사회에 대해 발언해온 과정들이 동아시아 국가간 문화 교류의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들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맨발로 뛰쳐나와 외쳐대는 것들이 가슴을 친다.

전시 개막은 26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초대작가와 4.3희생자 유족, 4.3관련 단체 관계자가 참석한다. 문의=723-4352, 4388.

 

“우리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새로운 빛으로 조명함으로서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사회를 반영하는 매개로 활용된다면 그것은 미술의 기능과 가치가 상실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4·3 70주년 전시 작품 <인간의 탑>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부패한 공권력의 폭력에 의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을 불러내어 용서를 비는 대화의 장이자 화해의 일치를 이루는 한 판의 굿마당이다.” 송창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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