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휴 전 초등학교장·논설위원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호텔. 엘리베이터가 낡고 느려서 바꾸기로 했다. 공사를 하려면 벽을 뜯어내고 호텔 영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기술자들은 말했다.

그 때 회의장 바닥을 닦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한 마디 했다. "왜 휴업을 합니까? 엘리베이터를 건물 외벽에 만들면 되죠"

전문건축가와 기술자들이 놀라고 감탄했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창의성.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로 건물 외부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최초의 공법이 시작됐다. 

인간은 연약한 육체를 가진 존재다. 하지만 신(神)에 비견할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이야말로 인류문명을 발전시키고 이끌어온 에너지의 원천이다. 창의성을 키워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14년 9급 공무원 2700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무려 22만이 넘는 젊은이들이 몰렸다. 또 2017년에는 5000명을 뽑는 데 23만 명이 경쟁했다. 창의적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안전한 자리에만 몰려든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이대로 두어도 좋은가. 

학교에서도 창의적인 답변을 이끌어내는 질문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서울대에서 시험답안에 창의적 생각을 적었다가 참혹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고서야 '원하는 점수'를 받았다. 

그들은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과는 달리 거의 예습을 하지 않는다.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암기하면 최고점수가 나오는데 누가 예습을 하겠는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2016·이혜정)」. 썩어도 너무 썩었다.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다.

학생들을 '단순재생바보'로 만드는 KBS1 '도전 골든 벨'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답은 스마트폰을 1분, 아니 30초만 검색해도 바로 나오는 시대다. 서술형 답안에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면 인공지능 로봇에게 평가를 맡겨도 된다. 

규제를 풀어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회가 이루어진다. 규제는 창의성을 압박한다. 드론, 줄기세포, 신약개발에 대한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도 직종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개발 분야에는 근무 유연성이 절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자퇴한 후 어렵게 들어간 비디오게임 회사에서 첫날부터 야근을 고집했다. 동료와 함께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며 2년을 매달린 끝에 벽돌 깨기 게임 '브레이크아웃'을 개발해냈고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었다.

실패에도 너무 야박하지 않고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황우석 사태'로 우리가 버린 줄기세포 연구를 이어간 일본은 각종 질병에 이를 이용하면서 노벨상까지 받았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칩 제조회사인 퀄컴(Qualcomm)은 신입사원에게 회사가 과거에 겪었던 실패를 비디오로 보여주고 사무실 벽에는 회사의 과거 실패사례에 대한 설명도 기록·전시해 놓았다.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퀄컴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더 많은 실험과 함께 실패해도 용인된다는 분위기를 믿게 하기 위해서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비행사를 뽑을 때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선한다. 실패를 겪고 일어선 사람이 우주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침착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창의성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연한 생각을 가진 국민이다 「이어령의 보자기 문화(2015)」. 금속활자, 한글, 거북선, 김치, 온돌을 처음 만들어낸 창의성 넘치는 국민이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장서자'면서 매진해왔던 우리다. 

이제는 우리 가슴에 창의와 열정을 가득 채우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4차 산업혁명에 뒤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면 말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