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제주올레에서 시작해 한라와 백두를 잇는 '평화올레'가 첫 걸음을 떼었다. 지난 3월 24일 ㈔제주올레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서귀포시협의회는 제주올레 6코스 시작점인 쇠소깍에서 '평화올레 길 트기' 행사를 열었다.

'평화올레'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남과 북의 소통을 통한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제주올레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평화 대행진이다.

제주올레 6코스에서 시작한 '평화올레'는 바다를 건너 한반도 남쪽으로 이어지고 그 길은 다시 철조망을 넘어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한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해 전역에 도보여행길이 조성돼 있기에 평화올레 길을 따로 내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올레꾼들이 자기 지역의 도보여행길을 이용해 평화를 염원하며 북쪽을 향해 걷고 그 걸음들이 남·북 철조망으로 모인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필요하다면 철조망 넘어 북쪽에는 올레길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북쪽의 마을과 자연 그리고 문화를 엮어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잇겠다는 것이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올레길은 지난 10여년 동안 걷는 행위를 통해 길 위에 사는 지역민과 길을 걷는 올레꾼들에게 소통을 통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화올레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 영향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제주올레와 민주평통 서귀포시협의회는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던 지난해부터 '평화올레'에 대한 교감을 나누었다.

두 기관은 지난해 11월 4일, 올레길을 통한 민간 교류 활성화로 평화 통일에 기여하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평화올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봄에 길 트기 행사를 열자고 계획했다. 제주올레 길이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여행자와 지역민을 소통하게 하고, 사람과 자연을 이어줬 듯, 평화올레를 통해 남한과 북한 사람이, 남과 북의 자연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하자는 데 지난해 이미 뜻을 모았던 것이다. 

서명숙 이사장은 2007년 올레길을 처음 낼 때부터 "제주올레가 북한올레로 연결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차이로 인해 남한과 북한이 나뉘어 단절된 상황이지만 걷는 길이 연결돼 남한과 북한 사람이 서로 걷기 시작하면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걷는 길을 통해 남과 북이 이어진다면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주 4·3'과 같은 역사적 비극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주장한다.

서명숙 이사장이 북한에 올레길을 내고 싶어 하는 데는 개인적인 사연도 한 몫 한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인 서명숙 이사장의 아버지는 제주로 이주해 서귀포 여자인 서이사장 어머니를 만나 제주에 정착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라산이 있는 어머니의 고향 서귀포에서 시작한 올레길이 백두산 자락에 있는 아버지의 고향 무산까지 이어지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평화올레가 길 트기 행사로 첫 걸음을 떼긴 했지만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것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예정된 남·북정상 회담이 잘 치러졌고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빠르게 조성된다면 평화올레 또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하지만 남·북한 정치상황은 국제 정세를 비롯해 많은 사안과 맞물려 돌아가기에 향후 전개될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민주평통 서귀포시협의회 송재철 회장이 말한 것처럼 평화의 섬 제주에서 시작되어 철조망을 넘어 백두까지 이어갈 평화올레가 남과 북의 단절을 이어주고 민간 소통의 물고를 트게 하는 단초가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