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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예술로서의 오브제오광수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논설위원
오광수
입력 2018-03-27 (화) 16:04:56 | 승인 2018-03-27 (화) 16:07:38 | 최종수정 2018-03-27 (화) 16:07:38

현대미술에 있어 오브제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말 중 하나다. 널리 통용되는 것만큼 그 개념의 장이 폭넓다. 현대미술사전에는 '물체, 대상, 객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상적, 합리적 의식을 파괴하는 물체의 존재'를 지칭한다. 지금까지 미술에서 통용돼왔던 대상 즉 그려지는 대상 또는 만들어지는 대상이 아닌, 바로 대상 자체, 객체로서의 대상 자체가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화가가 대상으로서의 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병 자체가 바로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병이 작품이 될 수 있는 근거는 예술가가 그것을 작품으로 인정할 때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경로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오브제란 개념을 처음 들고 나온 이는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이다. 뒤샹은 피카소와 같이 20세기 미술의 변혁자로 첫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그가 남긴 작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만 점 이상을 남긴 피카소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위상은 대단하다. 뒤샹을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부르는 이들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를 빼고 현대미술을 말한다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뒤샹도 처음엔 피카소 풍의 입체파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그가 자전거 바퀴를 자전거에서 떼어내어 조각으로 전시함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 바퀴는 그 자신의 창작품이 아니다. 일상으로 사용되는 자전거를 망가뜨려 자신의 작품으로 제시했을 뿐 전연 창작의 수순을 거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더 발전된 양상이 1917년 뉴욕 앙데팡당전에 출품한 남자 소변기다. 우리가 일상으로 보는 화장실의 남자 소변기가 기상천외하게도 작품으로 출품됐다. 그가 여기서 한 일이란 '샘'이란 명제를 달고 소변기 한 귀퉁이에 '알 뮤트(R. Mutt)'란 익명의 사인을 한 것이 전부였다. 

앙데팡당전은 독립전이란 말로 심사를 하지 않는 공모전 형식이다. 누구든 출품료만 내면 어떤 작품이라도 전시하게끔 한 전시제도다. 그런데 앙데팡당전의 운영위원회에선 이를 거부했다. 운영위원회와 뒤샹 간의 일대 격론이 벌어졌다. 뒤샹은 당연히 앙데팡당의 제도에 맞지 않는 위원회의 독단이라고 주장한 반면 위원회는 이것은 예술가가 직접 만들며 창조적 과정을 거친 작품이 아니지 않는가 주장했다. 즉 심사를 거치지 않는 제도이지만 어디까지나 예술가가 직접 만든 작품에 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뒤샹은 예술가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예술가가 작품으로 인정하고 선택한 것이면 예술작품이 된다고 대답했다. 바로 여기에 현대미술에 있어 거대한 변화가 촉매되고 있음을 만나게 된다. 예술가가 직접 만들지 않고도 어떤 객체를 선택만 하는 것으로 창작이 된다는 것으로서 말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 해가 거듭할수록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를 거쳐 50년대 이르면서 오브제 개념은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쓰레기 폐품을 조립한 정크 아트, 온갖 일상품을 집성한 악상블라주, 회화와 폐품을 합성한 컴바이닝 아트, 또 차용으로 이루어지는 팝아트, 어디에서도 오브제가 없는 미술작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버려진 폐품이, 본래의 기능이 없어진 채 형해만 남은 폐물이 어느 날 어떤 예술가에 의해 선택됐을 때 그것이 창조라는 다른 채널에 의해 되살아났을 때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예술은 일상에서 경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발에 차이는 하찮은 한송이 들꽃이라도 그것이 더없이 경이롭게 보였을 때 우리들은 그곳에 예술을 발견하는 것이다. 

현대 생활은 날이 갈수록 가파르다. 앞뒤를 둘러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주변은 날로 건조해져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생활 속에 아무렇게나 뒹굴며 어느 날 쓰레기장으로 옮겨갈 생활폐품 하나라도 눈여겨 볼, 그래서 그것이 새롭게 선택하고픈 마음이 동할 때 그것이 경이하며 예술임을 깨닫자.

오광수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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