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드러내온 작품·창작 공연 등 역사 알기 창구로
놀이패한라산·민요패소리왓·예술공간 오이 등 참여

제주4·3 70주년 기념 문화예술대전이 광대들의 손을 쥐고, 판을 밟고 선다. 지난 세월 4·3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작업들을 정리한 ‘4.3 70년의 기억, 예술로 고함’에서 만날 수 있는 3개의 무대다. 알고 있어 아프고, 다시 만나 쓰리다. 이제는 꺼억꺼억 소리내 울 수 있으니, “그게 뭐냐” 호통 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놀이패 한라산 마당굿 ‘사월굿 헛묘’

31일 오후 7시 도문예회관 앞마당

“아무 것도 모르는데…” 오래된 가요 가사처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일이다. 4·3이 휩쓸고 간 자리, 온통 상처 뿐인 곳에서 제주 사람들은 다시 터를 잡고 연명했다.

‘사월굿’으로 4·3을 외치고 억울한 원혼을 위로했던 놀이패 한라산(대표 우승혁)이 ‘헛묘’(대본 김경훈·연출 윤미란 연출)를 만든다.

언제 돌아올지도,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피붙이를 가슴에 묻다 못해 ‘헛봉분’을 만들었다는 동광리의 사연을 담은 마당굿이다. 특유의 거친 호흡이 그날의 아픔을 대신한다. 언제 들어도 가슴을 후벼 파는 장단이 쟁쟁 상처를 건든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장단을 맞추는 것인지, 아니면 흐느껴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1947년 8월 ‘성출반대사건’이후 미군정의 주목을 받았던 마을은 4·3일 이후 대량학살의 현장이 됐다. 시신을 거두기 위해 마을로 돌아간 사람들 역시 잠복학살(생화장) 당한다. 겨우 목숨을 건진 이들도 큰넓궤에 숨어있다 토벌대에 발각돼 희생된다.

헛봉분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고, 살아서도 산 것이 아닌 4·3을 기억하는 작업이다.

△민요패 소리왓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3월 31일·4월 1일 오후 3시, 4월 1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

제주에서 ‘소리를 한다’는 것은 힘들다는 아우성이다. 고단한 현장들에서 땀과 눈물을 대신해 쏟아내던 것들이다.

소리판굿으로 제주를 읽어온 민요패소리왓이 4·3과 호흡을 맞춘 대표작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대본 안희정·연출 변향자)를 특별 공연한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2015년 무대에 올릴 때마다 매만져 단단해진 작품이기도 한다.

4.3을 다룬 창작곡을 총망라한 소리극에는 제주 김수열·문무병·김경훈·강영미 시인과 ‘한라산’ 이산하 시인의 시를 담았다. 고 김경률 감독의 유작인 ‘끝나지 않은 세월’을 배경영상으로 4·3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

전체 열 두 마당을 통해 열 두 질, 열 두 거리, 열 두 사연, 열 두 고개를 간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자리에는 꽃 같은 붉은 피가 낭자하고, 눈물로 얼룩지다 못해 짓물러버린 상처가 오롯하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해원과 상생의 바람을 놓치 않는다. 각 장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촬영한 영상이 마침표를 찍는다.

△예술공간 오이 ‘4통 3반 복층사건’

4월 2일·3일 오후 3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세대의 각오는 비장하다. 어떻게 하더라도 간접 경험이다. 애쓴다고 알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기억하는 방법을 택했다.

4·3 예술축전 무대에 처음 서는 예술공간 오이의 ‘4통3반 복층사건’(작·연출 전혁준)은 ‘70주년’이란 이름표를 하나 더 매 단 4·3과 오늘을 담고 있다.

하나의 공간에 나란히 마주한 느낌은 생각보다 생경하지 않다.

무대는 4·3 현장을 상징하는 아래층과 현재인 윗층으로 꾸려진다. 4·3 광풍에 아까운 목숨들이 사라져간 비극은 오늘에서 볼 때 과거다. ‘왜’하고 이유를 물어도 답이 없다. 어쩌면 설명을 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래층의 소란스러움이 마냥 불편하고, 그 사정을 회피하려는 소심한 행동들은 오늘을 사는 이들을 반추하는 것 같아 따끔따끔하다.

그랬던 윗층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뭔가 달라질지는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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