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성에 맞는 문인화에 천착해 온 ‘제주 문인화 그림벗(회장 이형준)’이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바람과 돌 그리고 문인화’전을 연다.

 문인화는 시와 서화가 어우러진 것. 그러나 그 전통의 무게에 눌려 먹의 농담과 한시의 여운이 주는 정취마저 받아들이기 버겁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일까. 이번 회원전은 일상의 삶과 주변 사물들의 모습을 붓 가는 대로, 문인화가 주는 꽉 짜인 전통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제주 문인화 그림벗’은 현대 문인화의 새로운 진로 모색을 위해 지난 93년 ‘소설헌회’라는 모임으로 결성됐다. 당시 한국 남종화의 거성인 의제 허백련 선생의 화풍을 계승해온 치련 허의득 선생을 사사,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번 회원전은 지난 97년 창립전에 이어 두 번째다. 회원 9명이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5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찬조 출품작품으로 현재 이 모임의 그림지도를 맡고 있는 소석 구지회 화백(47·한국문인화협회 이사)의 ‘일어(逸語)’도 눈에 띈다.

 회원 출품작 가운데 이형준의 ‘산방산’‘한라산 백록담’, 김여순의 ‘상선암 가는 길’과 같은 작품들은 다소 화려한 구성과 디테일 한 묘사로 장식적 느낌도 없지 않지만, 깔끔한 뒷맛은 문인화의 품격을 더해준다.

 또 박한종의 ‘고산청영(孤山淸影)’, 박선주의 ‘죽(竹)’, 양태호의 ‘묵란’등은 ‘격格)’으로 정의되는 여유와 관조가 있다.

 이와 함께 좌영선의 ‘이야기 속으로’, 박병선의 ‘혼자는 외로워’, 최창범의 ‘연’, 양인숙의 ‘참새와 대나무’ 등은 전통 문인화 수업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꿈틀거리는 자연의 생명력과 이를 바라보는 감흥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개막=23일 오후 3시. 문의=754-5233, 011-693-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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