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 차장대우

70년 전 제주도의 비극, 제주 4·3사건으로 이유도 모른 채 부모 형제를 잃어야 했지만 당시 그 슬픔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조차 없었다. 제주도민들 간 결속력이 강한 데는 '섬'이라는 지역 특수성 안에 '씨족사회' 문화가 자리 잡은 이유도 있겠지만 결코 그 뿐만이 아니다. 당시 30만여명에 불과하던 제주도 인구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희생자만 1만5000여명. 억울하게 가족을, 동료를 잃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표출하지 못했던 만큼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며 버텨왔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3일.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을 계기로 우리는 '제주 4·3 사건'이 더 이상 제주만의 애환이 아닌 대한민국의 역사임을 알리는 첫 발을 내딛었다. '멀고 먼 길을 돌아 70' '4·3'이 금기어였던 과거를 생각하면 많은 결실을 이뤘지만, 그 동안 국가에 의해 상처받은 희생자 및 유가족은 그 이후에도 국가에 의해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제주 4·3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을 통해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제주 4·3이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보수정권에서는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는 제주 4·3사건 해결에 대한 움직임은 전무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는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지만 당시 여당이 '제주4·3 희생자 재심사'를 언급하면서 또 다시 상처를 더했다.

제주 4·3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역사 이기에 국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보다 명백히 해야한다.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책을 놓고 벌이는 정당 별 시각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아픔과,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는 국가는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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