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기획부총장·논설위원

상대방에 대한 겸손하고 예의바른 언어표현은 나 자신의 품위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지난 오랜기간 동안 제주출신 인사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느껴온 언어표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제주가 역사적 아픔의 섬이라는 고립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누구나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여겨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언어표현 문화는 별로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제주의 괸당문화를 등에 업고 표현하는지, 경험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적, 사적 자리를 구별없이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한다. 또 기분 상하게 하는 어투와 투박한 표현들을 꽤나 많이 사용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몇 년전 모 대학교수가 겪은 상황이다.

그가 속한 대학의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과 잘 아는 동창생이라는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그 교수는 그 사람을 전혀 모르는데) 그 높은 사람의 이름을 직함도 뺀 채로 "어이, 00교수, 00이  잘 이서? 나 00와 동창인데, 동네 친구여..." 하며 대뜸 반말로 아랫사람 대하듯 인사를 건냈다. 그 교수는 매우 불쾌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인지라 면박을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학생이 학교에서 얼떨떨한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 학생은 행정실에 민원처리를 하러 갔는데 관리자급에 있던 한 교수가 그 자리에서 행정직원에게 반말로 "야! OO야, 그거 어떵 되시냐, 야이들 왔는데 잘 말해불라게..." 라고 반말로 큰 소리치는 광경을 목격한 학생은 어리둥절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얼마전 한 여성은 동창회에서 불쾌한 마음을 토로했다.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총동창회에 갔는데 그 구성원 속에 있는 장이 단지 학교선배라는 이유 하나로 그 동안 얼굴도 잘 몰랐던 후배에게 다짜고짜 "야! 와시냐, 너 가서 OO 좀 가져와불라!" 하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멍하니 바라봤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계속 "야!, 너!"가 섞인 반말을 하는 걸 보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제주의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하면 귀하의 인격이 높아지는지, 혹은 귀하의 권위가 높아지는지, 자신이 상대방이 근무하는 직장의 웃사람하고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동창이라는 것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반말로 하대(下待) 한다고 해서 귀하가 기관장과 같은 수준의 인격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제주는 많은 이주민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변화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제주인이 세련된 언어표현으로 남을 칭찬하면 나도 칭찬을 받는다. 남을 올려주면 나도 함께 올라간다. 내가 언어표현의 예의를 지키면 남도 나에게 예의를 지켜 표현하려고 애쓰게 돼 있다. 

제주사회가 그간 이러한 언어표현 문화를 경험하지 못해왔다면 이제, 지금부터라도 언어표현의 순화와 예의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주사람들의 친숙한 지역문화의 특성이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 궁색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괸당 동생이라도 남 앞에서는 직함을 불러주고 예의바른 존대 표현을 해줘야 한다.

또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를 구분해서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언어예절이 있어야 한다. 귀하가 존대를 한다고 해서 귀하를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존경받는 어른이 될 것이고 예의바르고 세련된 제주사람으로서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옛날 돌아가신 모친께서 내가 대학에 부임하고 결혼을 하자, 항상 존칭을 사용하신 것이 생각난다. "아들, 오늘 잘 지내셨어? 식사는 하셨나?" 라고 안부전화를 하실 때마다 쑥스럽던 과거가, 이제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운 것은 그런 품위있는 언어표현에 대한 나의 그리움이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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