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 논설위원·서귀포지사장

#특별지방정부 설치 배제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신세가 처량하다. 정부 개헌안이 제주특별자치도를 홀대하는 내용으로 국회에 이송되면서 2006년 7월1일 출범후 12년째 시행중인 특별한 자치권의 상실 위기도 적지 않다. 

국회는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송된 정부 개헌안을 헌법 제130조 1항에 따라 오는 5월24일까지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만든 개헌안을 새로 발의하지 않으면 정부 개헌안은 수정 없이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이 만에 하나 국회를 통과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과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제주는 다시 전국 1%로 그 위상이 추락한다. 정부가 헌법 개정안에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광역 시·도, 기초자치단체 등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통칭하면서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시가 요구한 '특별지방정부' 설치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가 지방분권 국정과제를 선도하는 '리딩 거버넌스'에서 전국의 변방으로 떨어질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홀대로 다른 지방정부보다 한발 앞선 자치권을 행사할 특별지방정부가 반영되지 못함으로써 제주특별자치도는 '보통자치도'의 신세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특별자자치도의 자치권 행사 범위를 다른 자치단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 제주발전 경쟁력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특별자치도가 매년 제도개선을 통해 제주로 가져왔던 중앙권한 이양 작업이 헌법 개정후에는 중앙부처의 전국 형평성 논리에 밀려 자치특례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문재인 정부는 전국 시·도지협의회가 올해 1월 정부 개헌안에 반영해달라며 만장일치로 요청한 특별지방정부 설치 건의도 묵살, 지방을 무시하는 중앙행정의 일방통행식 행보도 노출했다. 지방분권 개헌안을 마련하면서 다른 지방정부와 달리 지위·조직·행정·재정 등 자치권의 범위를 달리할 특별지방정부 설치를 요구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절차적 흠결을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타 지역 자치단체와 동일한 지방정부 수준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권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등 그 위상을 하락시킴으로써 도민들의 국정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은 후보 당시 도민들에게 발표한 '자치분권 시범도 완성'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후보 당시 "제주가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갖는 자치분권 시범도로서 제대로 기능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부 개헌안은 특별자치도의 위상과 법적 지위를 전국 지자체와 같은 수준으로 설정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 개헌안이 특별지방정부 설치를 배제하면서 지난해 10월말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 완성의 국정 청사진도 퇴색됐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여수 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2회 전국 시·도지사간담회에서 제주에 관광·환경·산업·재정 등 핵심정책 결정권을 이양해 주민이 체감하는 자치분권 시범도시 완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청사진이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 개헌안은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 

#도민사회 국정 불신 심화

정부 개헌안이 도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국정과제 선도 역할을 제주특별자치도가 계속 이행토록 다른 지방정부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와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대한민국 지방분권 선도를 위해 12년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한 자치권 행사를 헌법 개정안에 반영하지 못하면 4개 기초자치단체까지 폐지하면서 희생한 도민들의 불이익 개선은커녕 제주가  변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에 이어 도민들의 기대를 또다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특별자치도 완성'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약속이행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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