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전국평균기온은 2.2도로 예년 평균이던 영하 0.3보다 2.5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사와 보일러 업체들은 겨울장사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국내 한 정유사의 1월 등유판매량은 8만 배럴, 작년 1월보다 11만2000배럴보다 30%가 줄었다. 춥지 않은 겨울 날씨로 인해 난방기기·등산화·스키·겨울의류 업체들은 울상을 지었다.

 의류업계가 2월까지 이어지는 겨울특수를 1월 중순에 마감하고 재고처리에 나선 것도 결국 날씨 때문이다.

 반면 최근 ‘황사 현상’으로 인해 바빠진 곳이 있다. 예년보다 황사 발생일 수가 많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로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벌써부터 봄철 황사방지 상품전을 기획하고 있다. 약국들도 호흡기 질환 등에 대비한 약품들을 대폭 늘려 배치한다.

 과거 비를 부르기 위해 ‘기우제’를 지냈다면 21세기에는 날씨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서 전략적 활용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항공기 결항되면 1000만원 손실=항공기 한 대가 기상악화로 인해 운항하지 못한다면 얼마의 손실이 날까? 항공사에 따르면 A300기의 경우 항공원가만을 계산해도 1000만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한다. 국내선이 경우 항공기 한 대가 4∼5회 운항되는 점에 비추면 기상악화로 하루평균 5000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12일 재경부에 따르면 날씨 등으로 인해 연초 많이 올랐던 농산물 가격이 3월 들어 대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오이 값은 2월에 비해 49.9%가 폭락했고 양파 값도 39.2%나 내렸다. 호박·상추·배추 등 채소류 역시 하락했다. 재경부는 양호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채소류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하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날씨예보를 통한 정확한 수확량을 예측, 출하 조절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지역 관광상품 역시 날씨와 떼어낼 수 없다. 최근에는 비나 바람을 소재로 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항공·선박 등 운송업체나 건설업체가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냉·난방기기, 의류, 주류, 청량음료 업체들도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다.

▷1℃의 경제학=1℃의 경제효과는 의외로 크다. ‘콜라매출 급상승점은 25도’, ‘강우량이 10mm 이상 일 때 레스토랑 매출은 50% 이하로 감소’등의 문구는 이미 업계에선 공식이 됐다. 유통업계에선“경기는 30%, 날씨는 70%”라는 말도 나온다.

 비 오는 봄날이나 가을에는 빵이 잘 팔리며 비 예보가 있다면 음식점 배달인력을 늘려 두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

 이미 기상정보는 가전·의류·식음료 시장에서 판매수요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현대해상 화재보험은 야외영화 시사회가 취소될 경우 5000원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날씨보험’상품을 내놨다.

 ‘에어컨을 산 뒤 안 더우면 냉장고를 준다’는 날씨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LG전자는 99년 에어컨 예약판매를 하면서 “말복날 최고온도가 26도가 안되면 에어컨 구입고객에게 소형냉장고나 가스오븐레인지를 주겠다”는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LG는 이 마케팅 덕에 예약판매만 6만대를 돌파했다.

 롯데호텔은 주간날씨정보 등을 이용해 냉·난방에 소요되는 연료사용량을 최소화해 연간 1∼2억원을 절약하고 있다.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내일 비 온다”라는 예보를 그저 “우산 준비해라”라고 받아들이는 업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가전업계에선 이미 기상자료를 토대로 생산량과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수요예측 프로그램’이 선보인지도 8년째다.

 일본에서는 태풍 후 날씨로 위축된 구매심리를 역이용, 큰바람에도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를 수험생에게 판매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

 날씨를 파는 업종도 생겨났다. 97년 국내에 등장한 민간예보업체들이다. 규제가 풀리면서 도입 첫해 30억원 규모이던 기상정보산업 시장규모가 2001년에는 500억원대로 급증했다.

 날씨는 선물거래나 파생금융상품으로까지 이어진다. 미국의 경우 날씨 선물거래 시장규모가 연 90억 달러(11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실제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는 큰 전광판에 세계의 날씨를 표시해 중개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에 있는 스키장은 눈이 내리지 않으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날씨 파생상품에 가입한다.

 지난해 노동부가 발표한 21세기 유망직종 가운데는 기상정보와 기업의 마케팅 활용해 필요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버 기상 캐스터’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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