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조선시대도 아닌 대한민국에 국민들을 위한 신문고가 생겼다. 바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국민청원)이다.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직접 소통 수단이다. 이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아이디어를 냈고 지난해 8월 신설됐다. 

국민청원은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등 17개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는데 이 중 인권·성평등과 정치개혁 분야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단순히 청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모일 경우에는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30일 이내에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2월 23일을 기준으로 12만4500건을 넘는 글이 올라왔으며 하루 평균 658건에 달한다. 또 지금까지 17개의 청원에 대한 답변이 이뤄졌다. 거기에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청원, 연극인 이윤택의 상습 성폭행·성폭력과 관련된 연극단체의 방임·공조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 정부 개헌안 통과에 관한 청원, 배우 장자연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청원,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청원,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 재조사 등 6건은 30일 동안 동의가 20만건이 넘어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사회적 이슈가 된 청원이 있는가 하면 답변하거나 처리하기 곤란한 청원도 있어 청와대 참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청원 제도와 관련)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문제가 많이 올라 온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또 청와대가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20만명 동의 요건을 갖춘 새로운 청원이 제기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답변 대기 청원이 쌓여가는 실정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과 여론몰이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민재판장이 될 수도 있고, 일부 유명인은 여론 뭇매를 맞기도 한다. 국민청원 본연의 취지에 어긋나는 정치색 짙은 청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국민 소통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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